남자 농구판에 ‘女 포청천’ 뜬다
1979년 서울에서 열린 제8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 볼리비아와의 경기에 출전한 강현숙 신임 KBL 심판위원장. 강 위원장은 당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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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원장은 “며칠 전 한선교 총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라 생각돼 조심스럽기도 했고 고민도 많았다. 부족하지만 도전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위원장은 “남녀를 떠나 나도 같은 농구인이다. 당장에 뭘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심판들이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고 코트에 설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판위원장과 같은 중요한 자리를 나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제의한 것은 그만큼 투명하고 깨끗한 판정을 하겠다는 뜻을 각 구단에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며 “여자농구에서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한 것같이 KBL에서도 농구 인생의 마무리를 잘 짓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일부 구단이 남자 농구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강 위원장 선임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으나 그동안 불신과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심판 판정에 대한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KBL 심판은 모두 남자다. KBL은 강 위원장 선임과 함께 판정 개선을 위한 시스템과 심판 평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총재는 “주변에서 정직하고 강직한 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강 위원장을 선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이사에는 안준호 전 삼성 감독이, 기술위원장에는 신선우 전 SK 감독이 선임됐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