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총국 지령받은 安씨 “보안 강화로 김씨에 접근못해”이후 박대표 살해하려다 사전포착한 국정원에 붙잡혀
박상학 씨. 동아일보 DB
국가정보원은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아 ‘3대 세습’을 비판하는 전단(삐라)을 날리는 활동을 주도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를 상대로 독침테러를 기도한 혐의(국가보안법의 목적수행 및 특수잠입·특수탈출 등)로 6일 구속한 탈북자 출신 간첩 안모 씨에게서 “지난해 초 정찰총국으로부터 암살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안 씨를 도운 공범이 있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황 전 비서의 암살조 사건과 안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북한이 ‘배신자’로 낙인찍은 황 전 비서와 김 전 총사장 등 고위 망명객들에 대해 조직적인 암살작전을 세웠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탈북자 사회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고위급 탈북자들을 암살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위협 요소인 2만2000여 명의 한국 정착 탈북자에게 경고를 보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구속한 안 씨에게서 “지난해 말 정찰총국으로부터 김 전 총사장의 암살 지령을 받았지만 그에게 접근하기 어려워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씨는 “김 전 총사장에 대한 암살 계획을 접은 이유는 황 전 비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남파된 정찰총국 소속 동명관 김명호 소좌가 지난해 4월 구속된 뒤 김 전 총사장에 대한 남한 당국의 보안·경호가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이후 안 씨는 제3국으로 나가 정찰총국 공작원들로부터 새로운 암살 지령과 함께 만년필형 독침 1개와 독총 두 자루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씨는 새로운 지령에 따라 자유북한운동연합 박 대표의 암살 계획을 세운 뒤 올 2∼8월 옛 친분을 내세워 박 대표의 대북 전단 날리기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씨는 3일 박 대표를 만나 그를 암살할 계획이었으나 사전에 계획을 포착한 국정원에 검거됐다. 안 씨는 박 대표 암살 직후 베트남으로 도주하기 위해 항공기 표까지 구매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
박 대표는 1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씨가 만나자는 전화를 하기 열흘 전쯤인 지난달 22일경 국정원 관계자의 경고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곧 안 씨가 만나자고 연락할 텐데 독극물 암살을 계획한 간첩이니 절대 만나러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아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