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테러로 아내 잃고 신장병 앓던 라스무센 씨투석 미룬채 추모식 참석… 사흘 만에 아내 곁으로
신장병을 앓던 플로이드 라스무센 씨는 14일 9·11테러로 사망한 아내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지 사흘 만에 숨을 거뒀다. 추모식에 오느라 혈액투석을 받지 못한 그는 “이번 여행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라스무센 씨는 자신만 살아남은 것에 대해 심한 죄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듬해 아내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여성 브렌다 씨와 재혼했다. 하지만 전 부인을 잊지 못하는 그는 재혼 생활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결국은 카운슬링을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 브렌다 씨는 전 부인에 대한 남편의 사무친 그리움을 알기에 그의 워싱턴 여행을 반대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남편과 함께 워싱턴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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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라스무센 씨는 숨을 가빠 하며 힘들어했지만 “이번 여행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해조차 찾지 못한 아내를 이제야 편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여행이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간 그는 마지막 생을 정리하려는 듯 이틀 동안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화를 했다. 13일 밤 잠자리에 든 후 그는 다음 날 눈을 뜨지 않았다. 숨을 거둔 그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아내를 그리며 ‘마지막 여행’을 마친 그는 이제 아내 곁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