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기술 성과-신성장동력 과감한 투자… 휴대전화는 여전히 고전
지난해 10월 1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사진)이 국내외 임직원들에게 최고경영자(CEO) 취임 일성으로 던진 말이다.
구 부회장의 CEO 취임은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LG전자가 심각한 위기 상태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3분기(7∼9월) 회사가 적자로 돌아섰다. LG전자의 위상은 추락했고, 남용 부회장은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CEO가 바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이었다.
LG디스플레이와 함께 ‘독하게’ 삼성전자와 3D 기술 방식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1위 삼성전자가 LG와의 논쟁에 말려들면서 두 회사가 대등한 이미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LG전자 3D TV가 구매클릭 점유율에서 59.5%로 나타나 30.7%인 삼성전자보다 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구 부회장은 오너 CEO로서 새로운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시도했다. 올해에만 LS엠트론 공조부문과 수(水) 처리업체인 대우엔텍을 인수했다. 여기에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또 이달 초에는 경기 평택시에 2014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수 처리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의 연구개발(R&D) 및 생산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악재도 많았다. 오너 CEO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조직 내 ‘눈치 보기’가 LG전자를 퇴사한 한 연구원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드러난 것이다. 이 연구원은 편지에서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없고 위에서 말하면 그대로 결정된다”고 썼다.
또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소용돌이 속에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없는 LG전자의 위기설이 다시 부각됐다. 여전히 LG전자의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적자다.
구 부회장의 경영 성과는 결국 올해 말에 수치가 말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해 2분기 연속 적자를 올해 1분기(1∼3월) 흑자로 돌려놨다. MC사업본부의 흑자 전환 여부가 올해 ‘성적표’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