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홍찬식 칼럼]곽노현 교육감 1년 2개월

입력 | 2011-09-13 20:00:00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지난해 교육감선거 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같은 좌파 진영에서 내세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여유 있게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서울시교육감 자리마저 좌파 진영이 확보한다면 정치 판도에서 상징성이 컸다. 수도권의 교육 권력을 손에 쥐는 일이었다.

좌파 진영은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 바꾸지 못해도 MB 교육은 바로 바꿀 수 있다”며 유세에 열을 올렸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어륀지’ 발언으로 상징되는 영어몰입 교육과 0교시 허용 등 학교자율화 조치로 인해 ‘MB 교육은 경쟁교육’이라는 거부감이 확대되어 있을 때였다. 선거 이틀 전인 5월 31일 이례적으로 좌파 진영 원로들이 곽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한완상 전 부총리, 명진 스님 등이 참여했다. 좌파 진영의 총력전이었다.

선거 결과는 박빙의 승부였다. 곽 후보의 당선에는 전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부패한 이미지가 큰 몫을 했다. 곽 후보는 유세장에서 “제2의 공정택이 또다시 서울시교육감이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곽 후보가 만든 선거공약서에는 ‘OUT 공정택 부패교육’이라는 글귀가 맨 앞에 올라 있었다. 당시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했던 전면 무상급식 공약도 그의 승리에 공헌했다. 6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우파 진영의 분열도 그의 당선을 도왔다. 그 스스로도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기본적으로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뒷거래 당선 이후 전교조 식 교육

그러나 그가 좌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를 사퇴시키면서 2억 원을 대가로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행운은 1년 2개월여 만에 막을 내리고 있다. 그의 당선을 이끌었던 반(反)부패 이미지는 허상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유권자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다. 뒷거래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못했더라면 그는 당선되기 어려웠다.

공정택 교육감의 선거 비리와 비교해서도 죄질 면에서 나쁘다. 공 교육감이 사퇴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08년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차명예금 4억 원이 재산 신고에서 누락됐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대법원에서 15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돼 2009년 10월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반면에 곽 교육감은 후보자 매수 혐의를 받고 있다. 후보자 매수 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곽 교육감이 자신의 매수 행위를 ‘선의’ ‘긴급부조’라고 미화하고 둘러대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시민들은 반감을 갖고 있다.

곽 교육감은 취임 이후 기존 교육정책을 허무는 일에 주력했다. 주로 전교조 식 교육을 현장에 이식했다. 취임 19일 만에 갑자기 체벌 전면금지를 선언해 교사들로부터 “교육현장에 한 번이라도 가보고 나서 판단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중학생들이 고교를 선택할 기회를 확대하는 고교선택제를 무력화했다. 취임 1년을 맞아 6명의 좌파 교육감끼리 모여 ‘교육혁신 공동 선언’을 했다. 노골적인 편 가르기였다. 이번에 구속을 앞두고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학교 안팎에서 시위를 허용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강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교육 여건이 좋다고들 하지만 강남 지역이라는 ‘빛’에 가려진 ‘그늘’을 못 보는 일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이다. 2009년 서울 고교 1년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수능 시험의 평균 성적을 보아도 서울은 전국 중하위권에 불과하다. 공부를 잘하는 지역과 못하는 지역의 편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 강남구는 160명을 진학시켰지만 금천구는 4명, 성동구는 5명을 진학시키는 데 그쳤다. 이런 지역은 지방 도시보다도 서울대 진학실적이 훨씬 떨어진다. 그의 교육철학인 ‘사람을 깜깜한 곳에서 빛으로 나가게 하는 교육’을 하겠다면 소외된 지역 학생들에게 공부를 더 열심히 시키는 일에 먼저 매진했어야 했다.

교육감 선출 제도 개선해야

그가 구속 기소되면 서울시교육청은 부교육감이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로 전환된다. ‘서울 교육’의 혼란에 그나마 제동을 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얻은 것도 있었다. 유권자들은 교육감 한 명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점을 실감했고, 교육감을 잘 뽑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곽 교육감은 출마 전까지 교육의 비전문가였을 뿐 아니라 학자로서도 무명에 가까웠다. 현 선거제도에서는 바람몰이와 선전선동에 능한 좌파 진영이 적당한 사람을 앞세워 선거에 이기고, 교육을 멋대로 뒤흔드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학생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유능한 교육감을 뽑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