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물의 죄송… 제작진과 하차시기 상의”
9일 연예계에서 잠정 은퇴하겠다고 밝힌 강호동 씨가 기자회견장에서 두 손을 모아 인사하고 있다. 그는 5분여의 발표 시간이 끝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민 MC’의 얼굴은 붉었다. 연달아 터지는 플래시에 입을 앙다물며 착잡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던 방송인 강호동 씨(41)는 두 손을 모으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수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강 씨는 9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주머니에서 여러 번 접은 원고를 꺼낸 강 씨는 “세금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문제로 국민께 심려 끼쳐드린 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통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광고 로드중
회견에서 강 씨는 “세무조사는 이유를 막론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못한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자숙의 기간 중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살아온 건 없는지, 인기에 취해 오만해진 건 아닌지 찬찬히 제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현재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제작진과 상의해 최대한 방송국과 시청자께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차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밝힌 뒤 “시청자 여러분께 지금껏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겠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5분여의 발표 시간이 끝난 뒤 그는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강 씨는 현재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SBS ‘강심장’ ‘놀라운 대회 스타킹’까지 모두 4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9일 예정된 ‘1박 2일’의 녹화는 취소됐다.
갑작스러운 강 씨의 퇴장에 따라 방송가는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KBS 예능국 프로듀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무진 대부분이 일찍 퇴근했다가 황급히 돌아와 대책을 논의 중이다. 연휴를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KBS는 1박 2일 ‘시청자 투어’를 3회 분량에서 4회로 늘릴 예정이며, MBC는 무릎팍 도사에서 1회 방송했던 장근석 편을 2회로 늘려 한 번 더 방송할 예정이다. SBS 스타킹은 10월 1일 방송분까지, 강심장은 9월 27일 방송분까지 확보돼 당장 방송에 지장은 없다고 SBS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MBC의 한 예능 프로듀서는 “강호동은 프로그램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진행자”라며 “그가 빠진 프로그램들은 개편 수준이 아니라 존속 여부 자체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씨름선수 출신인 강 씨는 1989년 19세의 나이로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해 씨름판에 파란을 일으켰으며 1992년 은퇴할 때까지 천하장사 타이틀을 5회 차지했다.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뒤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애교와 순발력 있는 화술로 인기를 끌며 연예계에 안착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