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같은 자동화 도축장돈육수출 덴마크 농업 43% 차지
덴마크 호르센스 시 대니시 크라운 가공공장의 도축 과정. 전 공정이 자동화 설비로 돼 있어 정확하고 빠르며 위생적인 도축이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호르센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대니시 크라운은 덴마크 축산농가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덴마크 축산농가의 80%인 1만3000여 농가가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놀라운 것은 이 협동조합이 연간 34억 유로(약 5조1689억 원)에 이르는 축산물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 육류 수출업체란 점이다. 덴마크 농업부문 전체 수출의 43%에 해당하는 액수다. 축산농가의 힘으로 세운 ‘축협’이 어떻게 이런 사업성과를 내는 걸까.
○ 첨단설비로 위생·품질 철통 관리
공장 소개를 맡은 대니시 크라운 직원 울라이 씨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곳의 크기는 8만2000m²에 이릅니다. 시설도 모두 최첨단, 최신식 자동화 설비지요. 이곳의 도축 능력은 매주 10만 마리의 돼지를 도축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돼지 한 마리당 도축 시간을 평균으로 계산하면 3초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에요.”
그는 도축 현장을 직접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이끌었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은 농가들이 싣고 온 돼지들이 도축되기 전까지 머무는 계류장. 국내 도축장과 달리 형광등이 환히 켜져 있고 축사가 넓은 게 눈에 들어왔다. 울라이 씨는 “돼지들이 운송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육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2시간 정도 이곳에서 놀며 긴장을 풀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니시 크라운 직원들은 도축에 들어가기 직전 돼지 목에서 3L가량의 피를 뽑아냈다. 질병 등 위생과 관련한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돼지의 피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단계마다 적용된 첨단 기술 설비들이었다. 한 예로 대니시 크라운의 도축 돼지를 거는 갈고리에는 각각 ‘칩’이 들어 있었는데 이 칩에는 농가 정보를 비롯해 돼지 도축 과정에서 검사된 고기양, 지방량, 골격 등 모든 정보가 저장된다. 이런 돼지 ‘스펙’ 검사에는 초음파 기계뿐만 아니라 X선 기기까지 동원되고 있었다.
○ ‘협동조합’의 성공 핵심은 ‘협동’
그는 대니시 크라운의 ‘식육산업연구소’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 연구소는 축산과 관련해 사육부터 도축, 가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를 하는데, 연구원들이 농가에 가서 전문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농가가 남다른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대니시 크라운 조합 농가들은 돼지 출산 수에서부터 압도적으로 우수한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축산농가의 어미돼지 1마리당 새끼돼지 출산 수가 10마리 안팎인 데 비해 이곳 농가들은 평균 28마리에 이르기 때문이다. 뮬러 씨는 “이는 연구원들이 전수한 출산 기술 덕분”이라며 “덴마크의 대형 돼지농장주는 전문대 이상의 농업 분야 학위가 있어야만 하는데, 그 덕분에 농가들의 기술 이해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