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욱 산업부
이틀 뒤부터는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한창 자고 있는 오전 2시. 술에 취한 듯한 사람이 전화를 하더니 듣기 민망한 욕을 해댔다. 그는 전화번호 주인이 바뀌었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에는 한 지방 경찰서에서 ‘경찰서로 출두하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출두하지 않자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남성이 전화했다. “얼마 전에 전화를 새로 개통했다”고 설명했지만 듣지 않고 ×××와 어떤 관계인지 추궁했다. 이 남성은 그 뒤에도 두 번이나 더 전화를 했다. ×××의 가족들도 울먹이며 전화를 해 “내 남편은 어디에 있느냐, 제발 집으로 돌아오라고 전해 달라”며 호소했다. 기자가 직접 만난 A 씨는 “공포스럽다”고 했다.
이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전화번호의 옛 주인이 가입한 인터넷쇼핑몰에서 광고성 스팸 메시지를 보내거나 텔레마케터들이 전화를 걸어올 때도 많다. 일부는 A 씨처럼 스토킹에 가까운 정신적인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전화번호 옛 주인이 남긴 흔적이 일종의 ‘디지털 쓰레기’가 돼 돌아오는 셈이다.
광고 로드중
인터넷쇼핑몰이나 게임업체 등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전화번호 소유자가 바뀌면 즉시 관련 정보를 폐기하라는 의무라도 지운다면 최소한 스팸 메시지는 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했다.
정진욱 산업부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