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펀드로 유입…수익률은 가치주펀드가
4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개별 펀드별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곳은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1-A’로 총 2096억여 원이 쏟아졌다. 이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한 성격의 펀드. 상대적으로 보수가 싼 데다 코스피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 자금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대형주 펀드들에도 자금이 몰렸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증권투자신탁1(주식)’ 펀드에는 1657억여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대표 우량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대형주 비중이 90% 정도다. 성장주와 가치주에 고루 투자하는 ‘KB코리아증권투자신탁(주식)’과 대표적인 압축형 펀드로 국내 대형주 30여 개에 집중 투자하는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증권투자신탁(주식)’에도 각각 1514억여 원과 1183억여 원이 몰렸다.
이렇듯 지수 상승을 기대하며 대형주 펀드에 뭉칫돈이 쏠렸지만 수익률을 살펴보면 정작 웃은 곳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가치투자펀드. 8월 코스피가 13.50%나 하락하고 국내 주식형펀드의 한 달 평균 수익률이 ―14%로 곤두박질쳤으나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선방했다.
미운오리 새끼 취급 받던 가치주펀드들이 8월 급락장을 맞아 백조가 돼 비상한 셈이다. 올 초부터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압축형 펀드와 자문형 랩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느리게 걷기’를 투자 원칙으로 삼는 가치주펀드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던 게 사실. 그러나 코스피가 8월 들어 2,172.31에서 1,880.11로 한 달 새 290포인트 가량 급락하면서 좋은 시절이 끝나자 상황은 곧바로 역전됐다.
○운용사들 성적도 확 바뀌었다
이러한 성적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해당 운용사의 펀드 편입 종목이 명암을 갈랐다고 분석했다.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등 특정 섹터 위주로 펀드를 구성한 운용사는 이번 급락장에 부진한 수익률을 보인 반면 저평가된 중소형주 위주로 펀드를 구성한 운용사는 잘 버텼다는 설명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급락장에서 한국투자는 가치주 위주로 운용해 선방했지만 JP모간은 압축형으로 펀드를 구성해 상당히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9월을 내다보면서 주식편입 비중과 주력업종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예측이 적중하느냐에 따라 운용사의 성적이 갈릴 것이므로 9월부터가 진정한 승부”라고 평가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