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 앨범 ‘자기만의 방’을 낸 루시아(본명 심규선). 미래에는 가수가 아닌 작가나 표현가로 불리고 싶다는 욕심 많은 가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가수가 아니라 작가와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인터뷰 내내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같은 여성 작가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MBC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 심규선(25). 그는 세례명인 ‘루시아’라는 예명으로 7일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앨범 제목이 ‘자기만의 방’이다. 영국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쓴 에세이집에서 따온 이름이다.
13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1인 밴드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이 제작했다. 루시아는 ‘심규선’ 시절 이 밴드의 ‘오늘’과 ‘선인장’ 두 곡의 피처링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새 앨범의 노래를 눈 감고 들으면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이 그렇듯 멜로디가 눈앞에 이미지로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녹음할 때 ‘적막한 바다에서 홀로 걸어가고 있다’ ‘뒤에서 바람이 분다’는 식의 상상을 하며 불렀어요. 나중에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음악을 듣던 감독이 ‘바다에서 찍으면 분위기가 나겠다’고 해 깜짝 놀랐죠. ‘어떻게 알았나…’ 싶어서요.”
루시아는 지난해 연달아 발표한 디지털 싱글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을 통해 부드러운 듯하면서 곧고 여운을 남기면서도 깔끔하게 멜로디를 감싸는 목소리로 주목받았다. ‘첫 번째, 방’을 발표하자마자 디자인 소품 쇼핑몰의 온라인 광고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본격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본명을 버리고 예명을 얻은 그는 ‘여성 보컬’로 불리기엔 욕심이 많았다. “아직 잘 쓰진 못하지만 계속 글을 쓰고 곡에 반영해 궁극적으론 작가 혹은 표현가로 불리고 싶어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