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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란 무엇인가’ 화두 안은 빛고을

입력 | 2011-09-06 03:00:00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펼쳐진다. 유명 디자이너의 작업과 더불어 우리 일상에 영향을 주는 이름 없는 디자인 작품이 한데 선보였다. 후안 헤레로스(스페인)의 ‘소통의 원두막’.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도가도 비상도(圖可圖 非常圖)’ 2일 개막한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총감독 승효상·아이웨이웨이)의 주제다.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란 뜻으로, ‘도덕경’ 제1장에서 도(道)를 논한 구절을 살짝 비틀었다. 그 알쏭달쏭한 의미는 전시를 보면 조금씩 풀린다. 디자인 작품을 나열하는 식의 관습적 행사와 거리를 두면서 ‘디자인으로 보이지 않는 디자인’까지 탐색한 자리다. 올해 4회를 맞는 비엔날레에선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이 화두다. 세계 44개국에서 133명 작가, 73개 기업이 선보인 131점은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문화 스포츠 등 일상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 공통분모라면 사람과 아이디어가 어떻게 디자인을 통해 연결되는지 드러내고, 시대를 성찰하게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 ‘유명’ ‘무명’ ‘주제전’ ‘커뮤니티’ 등 4개 섹션은 디자인 개념을 새로 규정하는 실험적 작업을 통해 ‘볼거리’보다 ‘생각하는’ 전시를 지향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도미니크 페로,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등 세계적 건축 거장이 구(舊)도심에 가로 시설물을 건립한 ‘광주 폴리(Folly)’는 디자인의 공공성을 일깨운 주목할 만한 성과다. 건축가 승효상 공동감독의 내공이 느껴지는 특별프로젝트다. 설치작가인 아이웨이웨이 공동감독은 중국의 구금조치로 인해 개막식에 오지 못하게 되자 꽃무늬 자기로 만든 대작 ‘필드’를 보내왔다. 10월 23일까지. www.gb.or.kr

○ 일상과 소통하다


전시 섹션은 현대 디자인의 재해석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 작품과 디자인일까 의구심이 드는 작업이 어우러지고, ‘유나이티드 누드’ 등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도 이발소 표지판과 우체통 등 일상 속 이름 없는 디자인과 동등하게 조명을 받고 있다. 승 감독은 도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전거 거치대’, 쇠로 만든 들쇠와 가래 같은 우리의 전통 농기구를 모은 ‘대장간’, 실리콘 튜브와 강철봉을 늘어뜨린 공간 사이로 지나가며 오감을 살리는 ‘아이의 노래’ 등을 놓치면 아까울 작품으로 꼽았다.

일상과 밀접한 디자인으로 머리를 다치지 않게 냄비를 둘러쓰는 등 비폭력혁명을 위해 이집트에서 사용된 시위방법, 농구공을 양동이로 사용한 중국 시골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선보였다. 기존의 상업 시스템에 도전해 실제 옷과 시계 등을 파는 ‘나의 콘셉트 가게’(디르크 플라이슈만), 광주라는 공간을 소리로 디자인한 ‘광주에서 걸려온 전화’(심성보+유성준) 등은 색다른 접근으로 눈길을 끌었다. 안무가 안은미의 옷과 무대디자인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설치작품, 리듬체조 선수부터 미식축구 선수까지 운동선수들이 서 있는 사진을 30m 벽면에 부착한 ‘운동선수 신체디자인’ 프로젝트도 참신하다.

○ 공동체와 소통하다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나데르 테라니(미국)의 ‘광주 사람들’(왼쪽)과 피터 아이젠먼(미국)의 ‘99칸’.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비엔날레가 끝난 뒤에도 세계적 건축가들이 건립한 ‘광주 폴리’는 남게 된다. 폴리란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의미하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선 옛 읍성터를 따라가며 공공기능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접목한 가로 구조물을 선보였다. 옷가게와 카페가 밀집한 황금로 사거리에 조성룡 씨의 폴리가 들어선 것을 비롯해 일본의 요시하루 쓰키모토, 스페인의 후안 헤레로스 등 유명 건축가 10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금빛누각(도미니크 페로), 은빛 대숲(나데르 테라니), 쉼터 기능을 가진 버스정류장(프란시스코 신인) 등 도심 속에 자리한 구조물은 규모는 작아도 건축디자인의 강력한 힘을 몸으로 증명한다. 다 둘러보는 데 빠른 걸음으로 30분, 쉬엄쉬엄 가면 2시간 정도 걸린다.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한 광주의 새 명소들이다.

광주=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