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동 국제부 기자
마침내 1일 트리폴리를 떠나는 날, 차로 3시간 반 걸려 리비아 서부 해안 국경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겼다. 튀니지 측 검문소 경찰이 우리더러 “비상시에만 쓰게 돼 있는 차로를 이용했다”며 다짜고짜 국경 통과를 막아서는 것 아닌가. ‘비상용’ 표지판 하나 없었는데…. 억지를 부리는 것임에 틀림없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실랑이를 하며 2시간을 보냈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결국 오피 씨에게 20디나르(약 1만6000원)를 쥐여 주며 경찰에게 주라고 했다. 여정 내내 활기에 차 있었던 오피 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두 장의 지폐를 손에 쥔 채 한참을 고민하고 난 뒤 천천히 경찰관에게 걸어갔다.
불과 5분가량 지났을까. 튀니지 경찰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 차량을 통과시켰다. 오피 씨는 우리에게 “10디나르를 경찰에게 건넸다”고 말하고 우리에게 남은 10디나르 지폐를 돌려줬다. 그는 이후에도 한참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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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한국도 1987년에야 민주화에 성공했다. 혁명을 이끈 당신 같은 청년들이 있는 한 튀니지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는 쉽게 위로받지 못했다. “조국에 실망했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경찰에 돈을 줌으로써 부패 사회에 일조했다”고까지 말했다. 오히려 돈을 건넨 기자가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오피 씨의 부끄러움 속에서 오히려 희망을 발견했다. 파괴보다 더 어려운 재건의 과제를 짊어질 중동 젊은이들이 이렇게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아랍의 봄’은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튀니지에서
유재동 국제부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