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올 4월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당시 입었던 의상(왼쪽). 한 폭의 수묵 산수화가 연상되는 이 옷은 한글을 모티브로 하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오른쪽)가 제작했다. 이 씨는 금물로 키운 친환경 쌀에도 김 선수의 의상 디자인을 접목한 ‘옷’을 입혔다(가운데). 현대백화점 제공
이 씨가 특이하게 국내외 유명 인사의 의상이 아닌 쌀 포장지를 디자인하게 된 것은 ‘밥 맛’ 때문이다. 이 씨는 추석(12일)을 앞두고 현대백화점으로부터 국내에서 유일한 금쌀에 이 씨가 만든 ‘옷’을 입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현대백화점 이헌상 생식품팀장은 “전통 먹을거리를 담은 선물세트인 만큼 한국적인 미를 잘 표현하는 데 이상봉 디자이너가 적임자라고 판단해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백화점 측의 요청을 듣고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의상 외에도 한글을 모티브 삼아 다양한 산업 디자인을 만들어온 이 씨이지만 식품만큼은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거리가 멀다며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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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금쌀에 입힐 옷으로 자신이 제작한 김 선수의 피겨 의상을 택했다. 김 선수가 올 4월 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에서 입었던 의상 디자인이 명품 쌀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 씨는 식품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 검은색을 선택하는 파격을 보였다. 검은 포장지에 검은 선으로 산과 구름을 표현하고 검정과 풍요를 상징하는 금색의 조화를 통해 또 다른 느낌의 수묵 산수화를 연출했다. 또 한글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이 씨만의 서체로 ‘금수강산’을 적어 넣어 디자이너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씨가 디자인한 선물세트에 금쌀 외에도 금현미, 천연오곡식초, 토판염 등을 넣어 500개 한정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1세트(6kg) 가격은 20만 원. 이 씨는 이번 금쌀 디자인으로 받게 될 비용 전액을 주위의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