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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세계 홈리스 월드컵, 한국팀 48개국 중 39위

입력 | 2011-09-01 03:00:00

“한일전 3대0 승… ‘할수 있다’ 전환점 됐죠”




지난달 21∼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노숙인 대표팀이 시상식에서 메달을 받고 환호하고 있다. 대표팀은 3승 10패의 성적으로 48개 참가국 중 39위를 차지했다. 이 행사는 노숙인의 자활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참가한 모든 선수에게 메달을 준다. 서울시 제공

‘0 대 19.’

환호하는 팔레스타인 선수들 사이로 한국 선수들은 얼어붙은 듯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주장 이승교 씨(42)는 멍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봤다. 믿을 수 없는 큰 점수차 패배였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홈리스(Homeless·집이 없는 사람) 월드컵’에 참가한 노숙인 8명은 첫 경기부터 쓴맛을 경험했다. 멤버들은 동요했다. 이 씨는 “승부에 연연하지 말자. 어차피 우리 스스로를 위해 시작한 일 아니냐”며 다독였다.

올해로 9회째인 홈리스월드컵은 4명이 뛰는 풋살을 통해 노숙인의 자활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48개국에서 참가했다. 한국팀은 지난해 브라질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성적은 43개국 중 꼴찌였다.

올해 목표는 탈꼴찌였다. 서울시와 서울형 사회적 기업 ‘빅이슈코리아’는 5월 초 노숙인 8명을 선발해 석 달간 연습을 하도록 했다.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40세였다.

멤버들은 첫 경기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멕시코 나이지리아 캐나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에도 연속으로 졌다. 전환점은 25일 한일전이었다. 빅이슈코리아 직원으로 생활체육강사 출신인 조현성 코치(28)는 “한일전만큼은 이겨 보자”며 투지를 불태웠다. 놀랍게도 경기 결과는 3 대 0 한국팀 승리. 주장 이 씨는 “8월 초 축구 대표팀이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전 A매치에서 3 대 0으로 진 것을 갚아 주겠다는 심정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한 번 이기고 나니 팀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멤버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이를 더 악물었다. 핀란드전은 2 대 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겼다. 홍콩전은 6 대 4로 승리했다. 홍콩전에서는 수비수이자 맏형인 임흥식 씨(55)도 골을 넣었다. 그는 2년 전 사고로 한쪽 눈을 잃고 직장까지 잃었다.

한국팀의 성적은 3승 10패 39위로 지난해에 비해 눈부신 결과였다. 멤버들은 ‘10번 졌다’는 말 대신 ‘3번이나 이겼다’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좌절 속에 살았던 그들의 과거도 환한 미소 속에 묻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관계자와 지난해 참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누구의 얼굴에서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31일 낮 서울 영등포의 한 음식점에서 해단식을 한 이들은 “3번의 승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임 씨는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커피전문점을 차리는 것이다. 노숙생활 6년째인 주장 이 씨는 “마을버스 회사에 취업하는 꿈을 이루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