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오늘 이전까지 감독들은 갈기갈기 찢긴 가슴으로 영화를 찍었다. 자신 혹은 작가가 쓴 시나리오에는 ‘삭제’ 혹은 ‘수정’을 명령하는 빨간 글씨가 가득했고, 그렇게 누더기가 된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도 숱하게 가위질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바로 이날부터 시나리오 사전 심의가 폐지됐고 감독과 제작자들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문화공보부는 그해 8월 186곡의 대중가요 금지곡에 대한 해금 조치에 이어 이날부터 시나리오 사전 심의제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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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사전 심의는 1970년 예술문화윤리위원회가 처음으로 시행, 문화공보부, 공연윤리위원회, 영화진흥공사, 다시 공연윤리위원회 등으로 그 권한이 넘겨지며 오랜 세월 충무로를 옥죄었다. 시나리오 심의필증을 받지 않으면 제작을 할 수 없기도 했다.
그렇게 어두운 세월을 견디며 영화를 만들었던 숱한 제작자와 감독들에게는 여전히 필름 사후 심의 등이 남아 있었지만 시나리오 사전 심의 폐지만으로도 조금은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날이 찾아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