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성 “리빈은 한국 간첩… 7, 8년형 받아”강연동영상 온라인 확산 파문
중국 인민해방군 장군이 리빈(李濱·사진) 전 주한 중국대사를 ‘간첩’이라고 공식 비판하면서 그가 7, 8년의 형을 받았다고 밝혔다. 리 전 대사는 2006년 말 당국에 비밀 누설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만 알려져 왔다.
진이난(金一南) 중국 국방대 전략연구소 소장(인민해방군 소장)은 올해 3월경 중국 모 기업을 대상으로 150분 동안 강연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 대사가 다른 나라의 특무(特務·간첩)를 하는가”라며 리 전 대사를 거론했다. 그의 강연을 녹화한 동영상이 29일 유튜브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리 전 대사는 2001∼2005년 한국대사로 근무하고 귀국해 조선반도 사무특사로 활동했다. 2006년 산둥 성 웨이하이 시 수석부시장으로 좌천돼 일했으나 2007년 1월 10일 부시장 명단에서 삭제됐다. 2006년 말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7년형 이상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 장기간 복역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의 ‘반역문제’, 즉 간첩 혐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특사로 6자회담에 깊이 관여하면서 북한 관련 정보를 한국과 미국에 알려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술을 좋아하던 리 전 대사가 술자리에서 한국 정보기관에 중국의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그가 한국의 고위 외교관 K 씨의 전화를 받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 중국 당국에 적발됐다는 설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와 관련해 K 씨에게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진 소장은 이 강연에서 10년간 간첩 행위를 한 다른 외교관과 군 관료, 당 간부들의 이름도 일일이 거론했다. 그가 간첩 혐의자로 거론한 인물은 △지난해 뇌물 수수와 부패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캉르신(康日新) 전 중국 핵공업집단공사 총경리 △차이샤오훙(蔡小洪) 전 홍콩 주재 중공중앙 연락판공실 비서장 △쉬쥔핑(徐俊平) 전 중국 인민해방군 대령 등이다.
진 소장이 언급한 간첩사건 중 상당수는 기밀로 분류된 것들이다. 중국 장성이 민감한 간첩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동영상이 유출된 것 자체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