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뉴요커들과 맨해튼에 입주한 기업 및 기관은 이날 오후 아이린이 떠난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20년 만에 찾아온 허리케인이 당초 우려와는 달리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지대인 맨해튼 남쪽 일부가 침수된 것과 5만여 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은 것을 제외하면 큰 재산 피해는 없었으며 뉴욕 내 사망 사고도 보고 되지 않았다.
이는 아이린이 북상하면서 세력이 약화된 점도 있지만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사진)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 대책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부 주민의 반발을 감수하고 맨해튼 남부 저지대와 브루클린 퀸스 일부 지역 주민 37만 명에 대해 27일 강제 대피명령을 내렸다. 그는 TV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당장 떠나라. 허리케인이 다가올 때는 이미 늦다”고 엄포를 놓았다. 뉴욕 시 사상 최초로 모든 대중교통수단 가동을 중단시켰다. 맥스 메이필드 전 국립허리케인센터 디렉터는 “일찌감치 주민들을 대피시켜 여러 생명을 살렸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칭찬했다.
한편 6500만 명이 거주하는 미국 북동부 11개주를 휩쓸고 간 아이린으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400만여 가구가 정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초 140억 달러였던 손실 예상규모가 30억 달러 정도로 줄면서 피해 규모가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증권거래소도 29일 정상적으로 개장하기로 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