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괴물/이범재 기획, 그림·위정현 글/32쪽·1만1000원·계수나무
“TV는 그만 보고 학교에 가야지”라는 엄마의 걱정이나 “차 조심해서 학교에 다녀와”라는 아빠의 당부뿐만이 아니다. 짝꿍이랑 다투고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그 친구가 들은 체 만 체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어버린 사과, 가족 간에 화목한 분위기를 돋워줄 수도 있었던 따뜻한 대화들이 뭉쳐서 거대한 소리괴물로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도심에 나타난 소리괴물 때문에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 소리괴물의 괴성으로 너무 시끄러워 생각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도 힘드니 사고도 속출한다. 소리괴물을 없애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지만 폭탄에도 끄떡없다. 지구 영웅들인 스파이더맨의 거미줄과 슈퍼맨의 레이저광선도 그냥 통과시킬 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소리괴물을 없애는 방법을 찾지 못해 사람들은 지쳤고,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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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