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창’에 담은 한국적 열정… 찬탄이 터졌다
24일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무대에 선 서울시향. 열정적인 연주로 유럽 관객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연주회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조너선 밀스 에든버러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아시아 오케스트라 중에서 유일하게 서울시향을 초청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규정하는 기준은 지휘자와 단원들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느냐에 있다”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 사이먼 래틀과 버밍엄 시티 심포니가 그랬듯, 지난해 한국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를 들었을 때 나는 서울시향과 정명훈 사이의 특별하고도 강한 유대관계를 느꼈고 초청을 결심했다.”
어쩌면 지나친 칭찬이 아닐까 싶었던 정명훈과 서울시향 사이의 ‘특별하고도 강한 유대관계’는 연주회장에서 그 진면목을 내보였다. 메시앙의 관현악곡 ‘잊혀진 제물’에서 기민함과 약동성을 과시한 서울시향은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감각적으로 조화시킨 진은숙의 ‘슈’에서 고도의 테크닉을 여유 있게 소화했다. 관객들은 “생황이라는 동양악기가 스코틀랜드의 전통악기인 백파이프 같은 소리를 내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주 후 로비에서 마주친 밀스 감독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왜 내가 이 오케스트라를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했는지 아시겠지요? 서울시향은 얼마든지 우리 페스티벌에 다시 와서 연주할 수 있을 겁니다.” 옆에 있던 에든버러 페스티벌 운영위원 캐럴 그뤼거가 끼어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들은 차이콥스키 중 최고였어요. 4악장은 마치 차이콥스키의 죽음 그 자체를 음악으로 보여주는 듯했죠.” BBC 심포니 사장 폴 휴즈스도 한 마디를 보탰다. “메시앙과 진은숙의 곡은 해석이 쉽지 않은 곡들인데 서울시향은 이 두 곡을 훌륭하게 조합해냈습니다. 차이콥스키에서는 특히 현 파트의 집중력이 탁월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유럽 순회공연 중인 서울시향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전 공연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홀(19일)과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21일) 연주에서 전석 매진을 이뤘다.
에든버러=전원경 통신원
작가·글래스고대 문화정책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