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지금 생각해보니 하버드대 졸업할 걸 그랬다”
메이크어위시재단을 통해 빌 게이츠 전 MS 회장(오른쪽)을 만나는 꿈을 이룬 신주환 군. MS가 신 군과 게이츠 전 회장이 만나는 장면을 공개하지 않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사진을 합성했다. 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동아일보DB
게이츠 전 회장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국 고교생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그는 19일 MS 본사로 세종과학고 2학년 신주환 군(18)을 초청했다. 신 군이 지난해 9월 ‘빌 게이츠 전 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적은 편지를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 보냈다.
‘병원 무균실 생활은 끔찍했지만 더 괴로웠던 건 불공평함의 밑바닥을 기고 있는 불쌍한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당신처럼 성공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제 우상인 당신을 만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결국 재단 측의 노력으로 1년 만에 만남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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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 군은 게이츠 전 회장에게 대뜸 “당신의 삶의 모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삶을 사는 것이 내 삶의 지향점”이라며 “지금은 약, 음식, 화장실 등 정상적인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조차 없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신 군은 게이츠 전 회장에게 왜 남을 돕고 사는지도 물었다. 그는 “부모님은 자선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했지만 20대에는 자선활동이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일에만 몰두했다”며 “40대가 돼서야 MS의 가치가 높아져 내 주식의 가치가 50조 원으로 오르면서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모든 힘을 쏟게 됐다”고 말했다.
신 군은 이어 “현재의 성공은 어린이 시절 꿈꿨던 것과 비슷한 것이냐”고 물었다. 게이츠 전 회장은 “꿈꿨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고 13세 때 처음 컴퓨터를 보고 매료돼 고등학생 시절 컴퓨터에 매달렸다”고 했다.
게이츠 전 회장은 신 군에게 대학을 중퇴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에 입학한 지 2년 만인 1975년 친구인 폴 앨런과 MS를 창업하며 학교를 자퇴했다. 그는 “PC의 가능성을 본 뒤 빨리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학교를 그만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졸업한 후에 시작했어도 늦지 않았을 것 같다”며 “MS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발머와 같은 중요한 사람도 다 대학시절에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군에게 “확고한 꿈이 있더라도 학업은 다 마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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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군은 마지막으로 “게이츠 전 회장보다 더 ‘큰사람’이 돼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고 싶다”며 “그가 내 소원을 이뤄줬듯 나도 어려운 어린이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