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단계적 무상급식이냐 전면 무상급식이냐를 결정할 서울시 주민투표가 이틀 뒤인 24일 실시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제 투표율이 33.3%가 안 되거나 개표 결과 단계적 무상급식이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시민들에게 사죄한다며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그러나 오 시장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현재 각종 조사를 보면 예상 투표율이 30%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오 시장으로서는 투표율을 높여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지요.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오 시장의 결단으로 투표율이 3-7% 정도 올라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합니다.
어차피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패하면 안팎의 비판 때문에 식물시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이번에 패하더라도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재기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오 시장은 판단했을 겁니다.
한나라당에서도 오 시장에 대한 비판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오 시장이 사퇴하면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이 불리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오 시장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이기적인 것 아닐까요. 오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길 바란다면 보다 많은 시민이 주민투표에 참여하도록 뛰면 됩니다.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 시민들이 복지 포퓰리즘의 거대한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국가부채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복지 포퓰리즘을 저지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재정악화로 인한 경제위기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이번 주민투표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