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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양극화 시대, 주식 투자의 그늘

입력 | 2011-08-22 03:00:00


이은우 경제부 차장

주식 하면 떠오르는 용어로 ‘대박’과 ‘반 토막’은 빠지지 않는 단골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고, 2000년대 초 ‘벤처 버블’에다 잇단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증시만큼 기복이 심했던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연말 모임에서는 누가 대박을 냈고 누군 반 토막이 났다는 식의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이런 굴곡에도 주식인구는 직접투자자만 1995년 243만 명에서 지난해 478만 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2006년부터 펀드와 랩 상품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주식투자의 저변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2006년 말부터 2년 동안 주식형펀드에만 약 100조 원이 유입됐다. 다양한 직간접 투자를 합치면 국내 세 가구 중 한 곳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자와 함께 우량종목도 늘었지만 개인에게 증시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곳이다.

8월 들어 주가 폭락을 이끈 외국인은 2일부터 5거래일 연속 2조3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2.16%에서 32.30%로 되레 높아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원론적으로 외국인이 판 주식은 이후 더 폭락했고 계속 보유한 주식은 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이 팔 때 개인은 샀으니 이번에도 개인은 외국인에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펀드에 속고 랩에 울고 증시 전문가도 못 믿겠다’는 말도 나온다. 직접투자에 한계를 느껴 전문가가 운용한다는 펀드에 투자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실망하고, 폭락장에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던 랩 상품도 이번 위기에서 전혀 대응을 못했다는 얘기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연말 코스피 2400∼2500을 호기롭게 외치던 증시 전문가들은 요즘 반성문을 쓰느라 바쁘다.

해외 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데도 평범한 주부와 직장인, 자영업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미래를 준비할 마땅한 투자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이유일 것이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산층 비율은 2003년 60.4%에서 2009년 55.5%로 감소했다. 월 소득이 뻔한 국민들은 언제든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결국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대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구조로 보면 주식투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 초 일본 노무라증권은 주식투자에 적극적인 한국의 35∼64세 인구 비중이 2020년 전체 인구의 47.7%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연평균 94만 명이 태어났던 1958∼1974년생 1600만 명이 향후 10년 이상 증시를 이끌 것으로 대다봤다. 이들도 ‘여윳돈으로 분산해서 장기간 투자하라’는 증시 격언 정도는 알고 있다. 실질소득이 늘어날 기미가 없는 가운데 양극화만 깊어질 경우 ‘한탕’을 노린 단기투자 행태가 문제가 될 수 있다. 18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에 나섰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도 규제 이유의 하나였다. 그런 투자자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 중 일부는 미래가 불안한 평범한 가장일 수도 있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이은우 경제부 차장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