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팀을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난입해 소요사태를 일으키고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아 ‘청문회’를 여는 집단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출범 3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가 사상 첫 600만 관중 시대를 눈 앞에 두는 등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18일 문학과 잠실에서 동시에 벌어진 집단행동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문회 같은 경우 ‘팬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라는 주장도 있고, ‘아직 시즌 중이고 가능성이 남아있어 지금은 질책보다 응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애정표현을 어떻게 하느냐는 주관적 가치가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경기 중 그라운드에 오물을 투척하거나, 욕을 하는 행위는 같은 입장인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라운드에 단체로 난입해 잔디를 손상시키고 기물을 가져가는 행위는 특히 더 그렇다.
한국야구위원회 한 관계자는 19일 “야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응원팀에 대한 실망이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삐뚤어진 모습의 단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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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경기 중 그라운드에 뛰어드는 팬들의 경우, 메이저리그처럼 형사처벌을 의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성난 팬들이 구단 버스에 불을 지르고 구장 기물을 파손하는 등 한 때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이런 모습이 다시 그라운드 안팎에서 재현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