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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종영]우리는 왜 스포츠 영웅을 갈망할까

입력 | 2011-08-16 03:00:00


이종영 한국체육학회장 한국체육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스포츠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 발전과 사회 통합, 그리고 대중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 왔고 많은 스포츠 영웅들도 탄생했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의 손기정,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월드컵 등은 사회적으로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국가적으로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린 계기가 됐다. 얼마 전에 유치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고 지역의 기반시설 확충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 프로스포츠는 국민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으며 생활체육은 국민의 건강과 여가를 위한 일등 공신으로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는 우리 국가와 사회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위기에 직면했을 때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 자긍심과 자신감을 심어주어 국난과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기여해 왔다. 그 뒤에는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낸 주인공들이 있다. 매 순간 남다른 인내와 피나는 훈련을 감수한 선수들, 바로 스포츠 영웅들이다. 스포츠 영웅들은 이 시대의 많은 사람이 꿈꾸는 ‘최고’가 되어 사회적 국가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 자부심을 되찾게 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일, 꿈꾸는 일을 가능케 하는 본보기가 되었고 꿈을 찾고 싶은 어른들에게는 꿈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일깨워 주었다.

아베베, 펠레, 랜스 암스트롱. 이들은 환경적인 제약과 사회적 편견, 신체적 약점 등을 이겨내고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뿐 아니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이 스포츠에서 보여준 최고의 모습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큰 박수와 찬사를 보내며 진정한 스포츠 영웅이라고 칭송하며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스타들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스포츠 스타는 대중에게 스포츠 영웅으로 불린다. 스포츠 영웅들은 대중적 인지도를 발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리더로 활동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일례로 20세기 최고의 스포츠 영웅으로 꼽히는 무하마드 알리는 은퇴 이후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면서도 자선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은 2001∼2002시즌 미국프로농구(NBA) 2번째 복귀 당시 연봉 전액을 기부금으로 내놓았고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에 참여하고 있다. 아널드 파머도 아널드파머재단을 설립해 미국 내 불우 어린이와 여성을 돕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많은 스포츠 스타들에게 국민적 영웅으로 경의와 존경을 표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이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고 그에 합당한 명예를 선사하고 있다. 스포츠 영웅들 역시 자신들의 업적과 명예를 개인의 것으로만 여기지 않고 사회와 국가에 환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현장에도 신체적 열세와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남긴 업적과 땀, 노력, 열정, 도전, 용기는 개인과 사회, 국가의 자랑과 자부심이 되었고 국민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우리의 스포츠 역사에도 많은 스포츠 스타와 영웅들이 있었지만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부족했다. 어느 순간 이들의 땀과 열정을 잊었다. 이들이 흘린 땀과 열정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나아가 사회 안에서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마련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학회를 중심으로 스포츠 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스포츠 영웅들이 이룬 업적과 그들의 땀과 노력, 열정, 도전, 용기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다. 명예의 전당은 스포츠 영웅의 개인적인 예우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다음 세대에 길이 남을 스포츠 역사를 세우는 일이다. 명예의 전당은 스포츠 영웅들이 사회 안에서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스포츠 영웅들이 현역 시절 보여준 역량을 은퇴 후 전환하여 사회 리더로서 그들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종영 한국체육학회장 한국체육대 사회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