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공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가 차를 출발시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신호등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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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전벨트를 안 매는 겁니까?”
뒷좌석에 앉아 있던 저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습니다. 뒷좌석이라고 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동차에 환장한 1인’으로서 뒷좌석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한국식 자동차 문화가 몸에 배서 어느 순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택시 뒷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안전벨트가 고장 난 택시, 벨트를 아예 시트 사이에 숨겨 놓은 택시가 한둘이 아닙니다. 안전벨트가 멀쩡히 있다고 해도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운전사가 은근히 자존심 상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에이, 왜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그러세요?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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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합니다. 깜빡했습니다”라며 벨트를 챙겨 매는 제게 호주 택시 운전사는 그제야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줬습니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호주에서는 뒷좌석 승객이 벨트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운전사가 처벌을 받습니다.”
한국에서도 4월 1일부터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뒷좌석에선 벨트를 안 매도 된다’는 의식이 지배적입니다. 사실 엄밀히 보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만 벨트를 매면 된다’는 단속 기준도 코미디입니다. 안전벨트는 자동차 전용도로뿐 아니라 주택가 골목을 포함한 모든 도로에서 꼭 매야 합니다.
물론 뒷좌석 안전벨트 문화가 하루아침에 자리 잡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발로 버티면 된다” “충돌해도 안 죽을 자신 있다” “매는 법을 모른다”며 앞좌석에서도 안전벨트를 외면하던 1980년대 한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앞좌석 벨트를 매는 습관이 생기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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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