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非명문대 출신 행장… 왕후장상의 씨 따로 없다누구든 꿈꾸고 판을 깨라”
잇따른 파격 인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누구나 은행장이 될 수 있는 꿈과 희망이 담긴 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1일로 설립 50주년을 맞은 기업은행의 첫 공채 출신 행장인 조준희 행장(57)은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사기(史記)’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행장이 실시한 인사(人事)의 면면을 보면 이 구절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취임 이후 첫 인사인 올 1월 그는 권선주 중부지역본부장을 기업은행 최초의 여성 부행장으로 발탁했다. 3월에는 본점 부서장 경험이 전혀 없는 박춘홍 충청지역본부장을 부행장으로 임명했다. 6월에는 15년 만에 고졸 행원 20명을 채용해 금융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 고졸 채용 불씨를 지폈다.
그의 ‘파격 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7월 초에는 본부장 승진을 앞둔 고참 부장이 주로 맡았던 인사부장에 다른 부장보다 5, 6세 젊은 임대현 부장을 발탁했고,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을 정규직보다 빨리 과장으로 승진시켰다. 입사 4∼5년차에 불과한 젊은 행원을 일본 도쿄 및 미국 뉴욕 지점에 파견하는가 하면 용역업체 직원인 운전사와 청원경찰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조 행장은 행원 시절 인사부에서 근무할 때부터 ‘인사가 만사’란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서울 출신 직원을 지방 지점으로 발령 내면 첫날부터 ‘언제 다시 서울에 올라갈까’만 생각해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본점에는 본점 근무에 걸맞은 소수 정예의 고급 인력을, 지점에는 지점에 적합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중단된 고졸 채용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재개한 뒤 18개 시중은행이 2013년까지 3년간 고졸 2700명을 채용하기로 하는 등 고졸 채용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업은행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최고의 애국자는 고용 창출을 많이 하는 사람이며 고졸 채용은 매우 좋은 정책”이라고 조 행장을 격려했다.
조 행장은 금융권 일각에서 고졸 채용이 일종의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2009년부터 고졸 채용을 준비해 올해 1월 시범적으로 특성화고 학생 2명을 채용한 뒤 고객 및 영업점 직원들의 평가가 좋다는 것을 확인하고 공개 채용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다른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유망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어 기업은행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행장은 “명품 선물을 많이 한다고 애인이나 친구를 바꾸는 사람이 별로 없듯이 누가 정말 중소기업을 위하는 은행인지는 중소기업이 더 잘 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의 91%인 17조6000억 원을 지원한 은행이 기업은행”이라고 강조했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은 50년 동안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은행의 규모를 키우고 우량한 실적을 내는 등 내실 있는 성장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집계한 기업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은 5672억 원으로 국민은행(7405억 원)과 신한은행(6471억 원)에 이은 시중은행 3위다. 기업은행의 지점이 630여 개로 국민은행(1200여 개), 우리은행(920여 개)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조준희 행장 ::
△1954년생 △경북 상주고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장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전무
기업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