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우승 레이스…벌써 가슴이 설렌다”
―한 달 뒤면 한국에 온다.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뭔가.
“지난해 대구 국제육상경기대회 때 대구 시민들의 친절함에 반했다. 정이 넘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광고 로드중
“내 세리머니는 자메이카 댄스에서 영감을 얻는다. 자메이카 댄스를 나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변형했는데 다행히 팬들이 좋아해줘 기쁘다. 대구에서 한국 팬들에게 새로운 세리머니를 선보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당신은 100m 인간 한계는 9초4라고 했다. 당신이 넘을 수 있겠나.
“인간이 9초4까지는 달릴 수 있다. 내게 한계는 없다. 모든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록에만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다. 100m와 200m에서 타이틀을 방어하는 게 목적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다 보면 기록은 따라온다.”
―100m에서 아사파 파월과 자메이카 선수 간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광고 로드중
―아사파 파월과는 어떤 사이인가.
“아사파와는 경쟁을 즐긴다. 아사파와 나는 오랜 기간 함께 훈련했다. 아사파는 내게 언제나 큰 영감을 준다. 그는 나보다 9초대를 더 많이 달렸다. 트랙 밖에서 우리는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다. 하지만 트랙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경쟁해야 한다.”
―언젠가 400m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또 멀리뛰기 세계기록(8.95m) 보유자 마이클 파월은 당신이 자신의 기록을 깰 거라고 했다.
광고 로드중
“선천적인 자질과 훈련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스프린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힘든 훈련 과정을 견뎌야 한다. 나는 훈련에 최선을 다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으로 알고 있다. 박지성을 어떻게 생각하나.
“박지성은 대단히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무엇보다 항상 열심히 뛰는 게 맘에 든다. 잉글랜드에서 만났는데 인간적으로도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한국 팬들에게 ‘자메이카의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나.
우사인 볼트(왼쪽)는 팬들과 사진을 찍을 때도 익살스러운 포즈를 잘 취한다. 양종구 기자(오른쪽)가 2009년 2월 자메이카 킹스턴의 내셔널스타디움에서 만났을 때는 손가락으로 기자를 가리켰다. 동아일보DB
―팬과 사진을 찍을 때 검지로 가리키는 포즈를 취한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2009년 자메이카 현지에서 기자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반갑다는 표현이며 기억에 남기려는 제스처로 봐 달라.”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인가.
“항상 열심히 일하면서 동시에 즐거움을 찾자, 그리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예의 있게 대하자이다.”
―이번 대회에서 선보일 육상화(스파이크)는 무엇인가.
“후원사 푸마의 테시우스II 스파이크다. 내 최고의 러닝 파트너다. 아직 언론 공개는 할 수 없다. 기다려 달라.”
▼ 열악한 잔디트랙? 육상강국 자메이카 원동력 ▼
우사인 볼트는 시즌 시작 전인 11월과 12월에는 잔디트랙에서 훈련한다. 볼트가 잔디위에서 무거운 장비를 끌고 있다. 우사인 볼트 팬 홈페이지(usain-bolt.eu)
자메이카는 영국 지배의 영향으로 크리켓 경기장이 많다. 1910년 자메이카 챔프스(전국고교육상대회)를 창설하면서 육상 강국의 기반을 다졌고 1962년 독립하면서 크리켓 경기장을 육상 트랙으로 사용했다. 처음엔 재정이 열악해 잔디에 트랙 라인을 그어 사용했으나 훈련 효과가 입증되면서는 국가대표급 선수들 훈련장인 자메이카공대 상급자트레이닝센터(HPTC)도 잔디트랙으로 깔았다.
볼트가 “잔디는 부드러워 다리와 발목에 무리를 주지 않으며 잔근육을 키워 다리 힘도 키울 수 있다”고 했듯 잔디트랙의 효과는 크다. 잔디의 부드러움으로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달릴 때 더 많은 파워를 낼 수 있어 일석이조다. 표면이 불규칙해 발과 다리의 잔근육을 키워 부상 위험도 낮춰준다. 2009년 한국 단거리 대표팀 일원으로 자메이카 전지훈련을 다녀온 임희남(광주광역시청)은 “처음엔 달리기 힘들었는데 적응하면서 다리에 힘이 붙어 스피드를 더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볼트는 잔디트랙 훈련에 더해 400m 훈련으로 단거리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00m를 전 속력으로 달리려면 그보다 더 긴 길이를 충분히 소화해야 한다는 운동생리학의 ‘과부하 원리’에 따른 훈련법이다. 볼트는 시즌 시작 전 400m 훈련을 병행한다. 200m를 완주하고 다른 선수들이 지쳐 쓰러져 있는 가운데 50m 이상을 더 질주하며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는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