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롯데는 해마다 4강 문턱에서 맴돌다가 결국 5위나 6위로 시즌을 조기 마감하는 경우도 잦다. 올해 역시 시즌 초반 까먹은 승률을 만회하며 4위권을 맹추격 중이다. 최근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3년간 연속으로 4강에 턱걸이했지만 가을 잔치의 첫 관문인 준플레이오프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우승을 염원하는 롯데 팬의 입장에선 대단한 희망 고문이었다.
롯데는 프로야구 30년 사상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다. 염종석이 활약한 1992년이 마지막이었으니 지난해까지 18년간 무관으로 지냈다. 지금은 사라진 삼미나 청보, 태평양, 쌍방울, 그리고 현존하는 히어로즈는 한 번도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이들 팀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힘든 나날을 보낸 팀은 LG로 1994년 이후 무관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두 팀은 관중 동원 1, 2위를 다투는 인기 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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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롯데는 앞으로도 우승을 해선 안 되는 것일까. 롯데 팬과 관계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겠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참으로 오묘한 질문이다.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평창도 롯데와 흡사하다. 유치 입안 단계부터 계산하면 15년간, 두 번의 낙방만 따져도 8년간 강원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희망 고문을 했다. 그래도 이 시절은 그리 불쾌하진 않았다. 유치위원회 안팎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잡음이 일부 있었어도 대체로 일사불란했다. 올림픽 유치란 공통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평창은 슬픔 끝, 행복 시작이어야 옳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요즘 유치 주역들은 논공행상을 하느라 분주하다. 조직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이합집산과 줄 대기가 벌써부터 치열하다. 당장에 유치의 과실을 따먹는 게 7년 후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보다 훨씬 중요한 것처럼 비친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지난 3년간 우리 선수들은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할 일 다 했다는 분위기였다”고 반성했다. 평창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유치는 야구로 치면 겨우 포스트시즌 티켓을 딴 것이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그날이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는 날이다. 롯데가 그렇듯 평창의 희망 고문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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