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탔을때 유난히 어지럽거나 속 울렁대는 멀미는 공진 탓사이드브레이크 풀린 트럭을 손으로 밀 수 있는 건 공진 덕
○ 사람마다 고유진동수 있어
사람의 신체는 부분마다 고유진동수가 있다. 사람마다 신체의 길이가 달라 차이는 있지만 머리는 20∼30Hz(1초에 20∼30번 진동), 팔은 5∼10Hz, 다리는 5∼20Hz 다. 위나 간 같은 내장기관도 고유진동수가 있으며 사람마다 편차가 큰 편이다. 만약 같은 차를 타고도 누군가는 어지럼증을 심하게 느끼고 다른 사람은 속이 울렁거린다면 이들은 각각 뇌와 위가 자동차와 공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진이 특정 신체 부위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진동에 오래 노출되는 일부 근로자들은 직업병에 걸리기도 한다. 굴착기를 다루는 근로자들은 손가락 끝이 진동해 세포가 죽어 손이 하얗게 변하는 탈색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헬기 조종사는 헬기에서 발생한 진동이 척추의 연골과 공진해 요통에 걸릴 확률이 높다.
○ 공진 일상에서도 흔히 이용
일부러 공진이 일어나도록 진동수를 맞춘 기술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공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장비 중 하나가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치다. MRI의 기본원리는 물을 구성하는 ‘수소 원자핵’의 고유진동수와 똑같은 주파수의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사람은 이 진동을 느낄 수 없지만 체내의 수분은 MRI와 공진을 일으켜 심하게 떨린다. 이때 MRI의 진동을 멈추면 맹렬하게 움직이던 수소 원자핵이 원래대로 돌아가며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를 측정하면 인체 내부를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박현욱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고성능 MRI는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주파수가 다양하지만 공명을 이용한 기본원리는 같다”고 설명했다.
19일 시범운행을 시작한 서울대공원의 친환경 ‘코끼리전기열차’도 공진을 활용했다. 이 열차가 다니는 도로 밑에는 특수 전기선이 묻혀 있는데 이 전선을 지나는 전류의 주파수와 열차 코일(수신기)의 주파수가 일치하면 열차에 전기가 흐르게 된다. 김종우 KAIST 온라인전기자동차사업단 HW팀장은 “공진이 잘 일어날수록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표준시를 맞추는 시계나 주파수를 맞추는 라디오, 악기의 소리를 크게 만들어주는 소리통도 전자기파나 음파의 공진을 이용한 기술이다.
큰 힘을 써야 할 때도 공진을 이용하면 편하다. 무거운 물건을 눕힐 때는 한번 힘껏 밀어 흔들리게 한 뒤 넘어가는 방향에 맞게 박자를 맞춰 조금씩 힘을 주면 흔들림이 점점 커져 쓰러지게 된다.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린 거대한 트럭을 밀 때도 처음에 힘껏 민 뒤 흔들림에 맞춰 지속적으로 밀어주면 트럭이 움직인다. 김찬주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네를 탈 때 진행 방향에 맞게 발을 굴러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기자 jermes@donga.com
원호섭 동아사이언스기자 won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