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인천시장(가운데)이 16일 문화재청과 인천시 문화재위원들과 강화도에 있는 고려 유적지 답사를 벌였다. 고려팔만대장경을 판각한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오른쪽에서 두 번째)에게서 발굴조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이처럼 고려 유적이 대거 몰려 있는 곳은 남한지역에선 강화도가 유일하지만 보존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경주 부여 평양이 삼국시대 천년 고도(古都)로 가꿔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6일 송영길 인천시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과 함께 강화도의 고려 유적지 현장을 돌아봤다.
○ 왕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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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가 부실한 고려 고종의 묘인 홍릉.
하루 종일 비가 내린 이날 홍릉부터 답사했다. 강화읍 국화리 고려산 7분 능선에 위치한 흥릉은 야영장을 갖춘 인천시학생종합수련원을 거쳐 들어가야 했다. 묘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인 재실(齋室) 자리엔 야영장이 들어서 있었고, 홍릉 보호사찰인 홍릉사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고려 왕릉은 조선시대 왕릉에 비해 초라한 모습이었다. 일반인의 조상 묘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봉분이 작고 묘 주변은 3단 석축 외에 별다른 치장이 없었다. 특히 묘지가 고려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목이어서 등산객의 발길로 인한 훼손 우려가 크다.
왕릉 앞에는 구한말 강화기행을 했던 고재형 선생(1846∼1916)이 쓴 시가 나무 팻말에 걸려 있다. ‘고려시대 꿈 같은데/새만 부질없이 울어대고/봄비 젖은 홍릉은/풀빛이 가지런하네’(‘홍릉’)
송 시장 일행이 왕릉 앞에서 묵념을 하는 동안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홍릉에 대한 발굴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도굴 여부도 아직 가려지지 않고 있다. 진강산 동남쪽 중턱에 자리 잡은 석릉(양도면 길정리)은 등산로를 따라 한참 들어가야 했다. 안내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사적지라는 게 무색할 정도였다. 2001년 문화재청 발굴 조사가 이뤄진 이 묘는 홍릉보다 잘 정돈돼 있었지만 왕릉으로 보기엔 역시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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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대받는 고려 유적지
고려 왕궁이지만 고려시대와 관련된 건물은 아예 복원되지 않고 있다. 특히 왕궁 중간엔 고증 없이 한옥 형태의 콘크리트 건물인 외규장각을 복원해 놓아 문화재 전문가들에게서 눈총을 받고 있다.
또 고려팔만대장경을 판각한 선원사 터(사적 제259호)는 5차 발굴조사를 하다 중단돼 잡목과 풀만 자라는 벌판으로 변했다. 이형구 인천시 문화재위원은 “고려 유적에 대한 고증, 복원이 하루속히 이뤄져 강화도가 고려 왕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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