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은 8월 27일부터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에서 부서별 단합대회를 연다. 직원들에게 나눠준 입장권이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대구시내 대형마트에서 사은품으로 입장권을 받아간 고객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요즘 대구시민들은 이번 대회의 관람석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이번 대회에 대한 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가 서울시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이번 대회가 어디서 열리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육상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비인기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의 활약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관람객을 모으는 일이 순탄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유엔 가입국보다 많은 207개국이 참가하고 전 세계에서 80억 명이 TV로 지켜본다. TV 화면에 텅 빈 관람석이 계속 비친다면 한국 국민의 무관심을 세계인에게 선전하는 셈이 된다.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치르면서 길러질 안목과 감각은 우리에게 그대로 국력이 되고 국격(國格)을 높인다. 국민의 자긍심도 끌어올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품앗이 정신’을 강조하며 국민 관전을 독려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시도교육청에 경기 관람과 자원봉사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학생들에게 흔치 않은 체험학습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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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한 번 공동의 목표를 세우면 무서운 단결력과 추진력을 발휘해왔다.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저력은 우리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40여 일 후 늦여름 뙤약볕 아래 5000만 한국인이 다시 합심해 열정의 DNA를 쏟아내자. “같은 만석(滿席)이라도 대구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든 관중이 스탠드를 가득 채워야 의미가 있다”는 조직위 관계자의 호소는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