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감독권 개편이라면 먼저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해야 하고 금융소비자는 새로운 감독기구의 보호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이 자신의 몫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현재 금융기관은 금융위법 제47조 제1항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검사 분담금을 납부한다.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가 생긴다면 기구 설립 비용과 추가 분담금이 필요하게 된다. 또 건전성 감독기구는 부채구조 파악을 위해 금융상품 자료를 요구하고 소비자보호기구는 예금·대출이율 차의 적정성 조사를 위해 자산운용 자료를 요구할 것이다. 이처럼 같은 자료를 복수의 감독기구가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제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영국에서는 2010년 금융감독청을 없애고 새로운 감독기구를 만들어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권을 나누기로 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후 연방준비은행에 소비자보호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영국에서 감독권을 나눈 이유는 보수당이 야당시절 내세웠던 선거공약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독비용은 늘어나게 됐다. 미국은 금융감독권이 분할돼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회원 은행과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으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조3000억 달러나 푼 특수한 사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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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에 중앙은행과 감독기구와의 관계도 정립해야 한다. 금융산업 최후의 보루인 한국은행은 금융감독원과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 제88조와 금융위법 제62조에 따른 공동검사권 및 시정조치 요구권을 갖고 있다. 만약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에 필요해 금융감독원장에게 공동검사를 요구했는데 거절당한다면 금융감독원장 임명권자에게 이를 알려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 협조가 안 되니 단독조사권이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주장은 책임은 지지 않고 권력만 원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