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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점심값 1만 원 시대, 김밥 먹는 직장인들

입력 | 2011-07-12 03:00:00


서울 중심가의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여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컵라면을 국물 삼아 도시락이나 김밥을 먹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편의점의 컵라면 매출은 올 들어 30% 증가했다. 지난해 김밥 매출은 100% 늘었으며 올해는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구내식당에는 점심시간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 직원들은 주변 회사 구내식당을 찾아가기도 한다.

상가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는 5000원으로 버젓한 점심을 먹을 데가 없다. 서울 시내 유명 냉면집의 냉면 한 그릇 값은 대체로 9000∼1만 원이다. 설렁탕과 콩국수는 8000∼9000원, 칼국수가 6000∼7000원 선이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이자 지급, 급등하는 전세금, 줄어들지 않는 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직장인으로서는 점심값 1만 원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한국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 올 한국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5551원이다. 일본 신세이(新生)은행 계열 ‘신세이 파이낸셜’에 따르면 올 일본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은 490엔(약 66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2820달러로 한국의 1인당 GDP 2만591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84% 수준인 한국의 점심값은 비싸다. 정부는 식당을 직접 압박해 가격을 규제하기보다는 일본처럼 싸고 맛있는, 경쟁력 있는 식당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0년 우리나라 식품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은 4.4%를 기록했다. OECD 평균 2.8%와 미국 영국 등 주요 7개국(G7)의 평균인 2.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외식 메뉴 가격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삼겹살 가격은 1년 전보다 14.5%, 탕수육은 11.4%가 올랐다. 설렁탕(8.8%), 자장면(8.2%), 김치찌개(7.3%)의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곡물 등 상당수의 농산물을 수입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비롯해 식품 재료비의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