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랑’ 촬영장에서 배우 차승원·공효진의 연기를 모니터로 보고 있는 박홍균 PD. 마지막 촬영이 끝난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그래도 무사히 방송은 나간다”는 안도였다.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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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3일 밤새면 스태프들은 4∼5일 밤샘 강행군
세 작품 같이 한 그들, 늘 나와 다시는 안한다며 투정
시청률은 운…항상 내 가족이 본다는 생각으로 연출
2011년 상반기 최고 화제 드라마 MBC ‘최고의 사랑’은 ‘독고진 열풍’, ‘구애정 앓이’를 만들어 내며 마지막 회 시청률이 20%를 넘었다. 체감 시청률은 훨씬 높았다. 드라마 대사는 물론 관련 상품들이 종영 뒤에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고의 사랑’은 연출자 박홍균(41) PD에게도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줬다. 그가 2007년 처음 연출한 의학드라마 ‘뉴하트’가 시청률 30%를 넘었고 2009년에는 사극 ‘선덕여왕’으로 40%를 넘었다. 이번에 ‘최고의 사랑’까지 세 편이 연속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이뤘다. 드라마가 끝나기 3주 전부터 “매일 밤샘촬영을 했다”는 박홍균 PD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촬영이 계속되며 배우들도 탈진했다는데….
“점점 더 제작 환경이 팍팍해진다고 절감했다. 마지막 회 방송하는 날 오후 3시쯤 의정부 세트에서 촬영이 끝났는데 편집실로 가면서 ‘방송은 제대로 나가는구나’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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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배우 스케줄 문제도 있고, 어쩌면 생방송 촬영이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이다. 하하. 배우 입장에서는 3개월 동안 집중해 촬영하면서 얻는 게 많다. 돈도 문제다. 철야촬영하면 그만큼 제작비도 줄일 수 있다. 일부는 편법으로 방송이 임박해 찍기도 한다.”
- 상반기 방송가는 로맨틱코미디의 붐이었다. 경쟁이 치열했다.
“로맨틱코미디는 드라마에 가장 충실한 장르다. 시간을 잊게 해주고 판타지에 대한 기대도 있다. 패션 등 관심 아이템도 많다. 그래서 어렵다. 다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다. 처음 해봤는데 홍정은·홍미란 작가나 김은숙 작가처럼 일가를 이룬 분들을 존경하게 됐다.”
- 그건 로맨틱코미디를 좀 쉽게 봤다는 의미인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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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사랑’ 성공 포인트를 짚는다면?
“연예계를 가장 리얼하게 묘사한 첫 작품이기 때문 아닐까. 촬영하며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평을 봤는데 확실히 젊은 층은 나와 다른 세대란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 발딛기보다 꿈에 솔직하고 충실하다. 꿈과 현실의 리얼리티를 응축해 보여준 게 우리 드라마의 연예계 묘사다. 꿈을 쫓는 사람들이 모이는데 역설적으로 굉장히 리얼한 세계가 연예계다. 1세대 아이돌 스타를 겪은 20·30대 시청자에게 구애정은 남 같지 않았을 것이다.”
박홍균 PD는 현장에서 ‘까다로운 연출자’로 통한다. 밤을 새더라도 ‘완벽할 때까지 같은 장면을 반복해 찍는 연출자’다.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은 일의 강도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그는 ‘뉴하트’ 때 만난 스태프들과 ‘선덕여왕’과 ‘최고의 사랑’까지 함께 일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 호흡이 맞는 스태프들과 일해서인지 세 편 모두 히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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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정, 차승원 등 경력이 상당한 연기자와 작업했다. 커뮤니케이션도 쉽지 않을 텐데.
“음…. 여전히 가장 어려운 문제다. 이번에도 4부까지는 매일 웃으며 찍었다. 그런데 방송 초읽기에 몰리면서 대화도 줄었다. 현장에서 연출자가 아버지, 엄마라면 배우는 자식인데 늘 자식에게 ‘공부하라’고만 했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늘 미안했다.”
- 제작환경이 척박해진다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배우 헤게모니가 커지기 때문이다. ‘선덕여왕’ 때 고현정 씨가 한 말이 있다. 자신은 19세때 주인공으로 데뷔했지만 한 번도 현장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돌아와 보니 천국이라고 하더라. 배우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건 현실이다.”
- 지상파 3사의 드라마가 대부분 외주제작인 것도 제작 여건이 어려워지는 이유 아닐까.
“‘최고의 사랑’은 MBC가 10여년 만에 100% 자체 제작한 드라마다. 광고부터 해외 판매까지 모든 프로듀싱 시스템을 다시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했다. 드라마국은 언제부터 예능국에 비해 돈 쓰는 조직이 됐다. OST까지 직접 맡아 유·무형의 파괴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 과도한 간접광고도 논란이 됐다. 이유가 있나.
“말을 많이들었지만 16부작의 간접광고비는 6억 원이다. 외주제작사가 했다면 15억원 정도였을 텐데 그만큼 방송사 시스템이 약하다는 것이다. 서툰 부분이 있었다. 드라마 PD들이 돈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 다음 계획은?
“입사하는 신입 PD들 대부분이 예능국으로 간다. 드라마국에 오면 욕먹고 잠 안 재우고 안 먹이니까, 하하.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늘 책임감으로 연출했는데 다음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