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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에 제2하나원 착공… “화폐개혁으로 집날리고 탈북 결심”

입력 | 2011-07-08 03:00:00

탈북자들 北상황 전하며 눈물




“대한민국 쌀은 전부 장마당 장사꾼들 손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백성들은 쌀을 구경할 수가 없어요.”(양모 씨·45·여) “내년에 ‘강성대국’ 이룬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10%도 없을 겁니다. 경제개혁 한다면서 실제 해놓은 것은 없고….”(김모 씨·44)

통일부는 7일 강원 화천군에서 새로운 탈북자 교육시설인 제2하나원 착공식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화천군 베트남참전용사기념관에서 탈북자 11명과의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모두가 북한을 탈출한 지 6개월∼1년밖에 안 된 사람들이다. 최근 북한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는 이들의 표정은 침울하고 어두웠다. 일부 여성 탈북자는 기자회견 내내 흐느끼기도 했다.

북한에서 신발 장사를 했다는 양 씨는 “화폐개혁 때문에 하루아침에 망했다”며 화폐개혁 이후의 북한 사회를 증언했다. 그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장사를 했는데 화폐개혁으로 집까지 빼앗겼고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석탄 캐는 일까지 했다”며 “입쌀과 강냉이 가격이 치솟다 보니 일해서 번 돈으로 1kg도 못 산다”고 말했다.

휴전선을 넘어왔다는 김모 씨(20)는 “한국에 가자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탈북) 결심을 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휴전선 앞에서 사흘간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숨어서 고압선과 지뢰밭을 피해갈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현재 2만2000여 명인 탈북자 수가 머지않아 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공사에 들어간 제2하나원(수용 인원 500명 규모)이 2012년 말 완공되면 1년에 최대 5000여 명의 탈북자가 교육받을 수 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