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톱 스타일리스트 후쿠다 노리코 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 양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카메라 앞에 수줍게 섰다. 카메라 앞에 선 모습에서 그의 단아한 상차림이 연상됐다. 아리아께에서는 가열을 거치지 않아 효모가 살아있는 생사케를 맛볼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의 막사발이 건너와 일본의 도자기 기술이 발달할 수 있었어요. 일본음식이라고 해도 일본의 전통적인 맛과 함께 한국의 정서를 담고 싶어 한국에서 일하게 됐죠. 제게 막사발은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한국음식인 추어탕을 사랑한다는 일본 톱 스타일리스트 후쿠다 노리코 씨의 이야기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와 협업 중인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후쿠다 씨는 원래 잡지사 기자 출신이다. 리빙 잡지에서 요리와 관련된 취재를 하다 아예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전업했다. 일본 ‘가정화보’, ‘부인화보’ 등 리빙 잡지의 자문위원뿐 아니라 일본 포시즌스호텔, 콘래드힐턴호텔 레스토랑도 그의 손을 거칠 정도로 레스토랑 컨설턴트로도 이름이 높다.
후쿠다 씨가 푸드스타일링을 할 때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는 그릇이다. 아리아께에서 쓰이는 술잔부터 수저받침까지 모두 한국과 일본의 유명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일본의 전통미와 한국의 감수성을 잘 조화시킨 완성미가 아리아께의 맛에 멋을 더했다.
한여름 밤 냉사케와 오쓰마미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 선보인 오츠마미. 그릇을 여는 움직임, 음식을 입에 넣는 동작 하나하나를 머리 속에 그려가며 이야기를 담은 스타일링이 돋보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청매실과 오징어 계란말이, 전복, 갯장어, 은어조림 등 신선하고 담백한 오쓰마미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의 3대 진미라 불리는 성게알 ‘우니’, 숭어의 난소를 소금에 절여 말린 ‘가라스미’, 해삼창자젓 ‘고노와타’가 각각의 오쓰마미와 잘 어우러져 진귀한 맛을 더했다. 오쓰마미는 한입에 쏙 들어가게끔 만들어졌다. 원재료 본연의 색이 살아 있어 눈도 즐겁다. 갯장어를 입안에 넣자 바다 향이 가득 찼다.
이 오쓰마미를 2단 찬합에 넣은 상차림도 있다. 후쿠다 씨는 “그릇을 여는 움직임, 음식 하나하나를 입에 넣는 동작, 술잔으로 손이 가는 장면을 머릿속에 상상해가며 스타일링을 한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매일 오후 8시 반 이후 신라호텔 아리아께에서는 후쿠다 씨가 제안하는 냉사케와 오쓰마미를 즐길 수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