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품지못한 천재의 불꽃 미술사에 부각시키고 싶었다”
이구열 한국근대미술연구소 소장(79·사진)은 1974년 출간한 ‘나혜석 일대기’를 37년이 지난 지금 ‘그녀 불꽃같은 생애를 그리다, 나혜석’이란 제목으로 다시 펴냈다. 전작에서 나혜석의 사망 시점을 ‘1946년 50세, 사망’으로 잘못 기재했던 것을 이번에 ‘1948년 12월 10일, 서울시립 자제원에서 53세로 사망’이란 확실한 기록으로 바로잡았다. 그리고 전에 공개하지 못했던 나혜석의 미국 여행 원고와 위자료 청구 소송문 등을 새로 보완했다.
“나혜석이 남긴 삶을 정신없이 뒤쫓으며 느꼈던 37년 전 전율을 이번에 새로 쓰면서도 여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글에서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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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을 졸업하는 여성이 많지만 막상 사회 곳곳 기관에서 활동하는 비율은 매우 적어요. 나혜석이 지금 살아있다면 또다시 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썼을 겁니다.”
나혜석은 1934년 월간 ‘삼천리’에 게재했던 글로 당시 사회로부터 온갖 비난과 외면을 받는다. ‘이혼고백장’이란 제목의 글에선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처나 일반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 하는 조선의 남성-이 어이한 미개명의 부도덕이냐’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혜석이 1928년경 그린 유화 ‘자화상’. 이구열 소장은 “나혜석 그림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의 첫 페이지는 74년 처음 공개된 나혜석의 자화상이 실렸다.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그녀의 눈은 정면을 바라보지 못한 채 허공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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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14일 나혜석 생가 터가 있는 경기 수원시 행궁동 주민센터에서 나혜석기념사업회가 제정한 ‘나혜석 학술상’의 특별상을 받을 예정이다. 나혜석에 관한 그간의 연구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