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번개’ ‘짱이’ 사는 우리에 4년 전 암컷 ‘쁜이’ 데려와…삼각관계 유도해 출산 성공
최근 서울동물원에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두발가락 나무늘보 ‘만보’(오른쪽)가 지난달 28일 오후 남미관 나무늘보 우리에서 엄마 ‘쁜이’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서울동물원 제공
28일 오후 서울동물원 남미관. 새끼를 낳은 암컷 ‘쁜이’(2007년 반입)는 가림막 안에서 태어난 지 두 달 된 ‘만보’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만보는 이제 겨우 눈을 깜빡거릴 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이런 만보를 엄마만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것은 서울동물원 남미관 사육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동물원은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늘보 대 잇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6년 수컷 맏형 ‘번개’(1995년)와 ‘짱이’(2004년)의 짝이 될 암컷 2마리를 해외에서 들여와 각각 합사시켰다. 그러나 번개와 짱이 모두 각자의 짝을 ‘소 닭 보듯’ 했다. 알고 보니 암컷인 줄 알고 들여온 나무늘보들이 유전자(DNA) 검사 결과 수컷으로 판명됐다. 서울동물원 측은 즉각 이들을 돌려보내고 이듬해인 2007년 진짜 암컷 쁜이를 맞았다. 김보숙 서울동물원 동물병원 수의사는 “나무늘보의 생식기는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고 배 안에 숨겨져 있어 우리도 몰랐다”며 “이후 나무늘보를 들여오기 전 털부터 먼저 받아 DNA 검사로 암컷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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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만보보다 더 VIP 대접을 받는 것은 쁜이다. 신선화 사육사는 “엄마가 잘 먹어야 아기에게 먹일 젖을 잘 만든다”며 “쇠고기를 포함해 과일, 요구르트, 심지어 종합 비타민제까지 갈아 만든 특별식을 ‘대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애석한 것은 만보 아빠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것. 박유록 사육사는 “몸집이 크고 민첩한 번개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번개와 짱이는 무심한 듯 이날 내내 나무에 매달려 잠만 잤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