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g 1000원 벨기에 냉동삼겹살에 13% 싸진 伊 와인 한잔
○ 유럽산 먹을거리 점차 저렴해질 듯
한-EU FTA 발효로 당장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을 만큼 가격이 내려가는 품목은 많지 않다. 장바구니를 주로 채우는 어류, 육류 등 농수산물은 관세가 없어지는 기간이 10년가량으로 길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도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산 먹을거리 가운데 가격 인하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와인과 홍차다. 각각 15%, 40%에 이르는 관세가 발효 직후 없어지기 때문이다.
저렴한 유럽산 와인이 늘어나는 동시에 프리미엄 와인도 새롭게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와인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은 다음 달 1일부터 유럽산 와인 가격을 최대 15% 내린다. 국내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유럽산 와인인 이탈리아산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마트에서 2만5900원에 팔리지만 다음 달 1일부터는 2만2500원에 판매된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이탈리아산 ‘미켈레 키아를로 바르베라 다스티 라 쿠르트’를 13% 내린 13만 원에 살 수 있다. 프랑스산 ‘마스카롱 메도크’는 10% 저렴해진 4만5000원에 선보인다. 이 백화점은 하반기에 스페인 페렐라다의 ‘토레 갈라테아’ 와인 2종과 벨기에 국왕 결혼식 공식 와인으로 사용된 ‘페렐라다’ 등 고급 와인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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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간식거리도 가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산 벨큐브 치즈는 100g당 6240원 수준인데 이 중 36%인 2246원이 관세다. 매년 2.4%포인트씩 인하돼 15년 뒤 관세가 아예 없어지면 훨씬 싼값에 즐길 수 있다. 이마트에서는 다음 달 1일 FTA 발효를 기념해 일주일간 프랑스산 ‘구르메 가염버터’를 종전 1만9500원에서 반값인 9900원에 판매한다. 다른 수입 치즈도 매년 2∼3%포인트의 관세 인하로 가격이 완만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산물인 고등어와 굴비, 삼치 등에 부과되는 20%의 관세율도 10년간 해마다 2%포인트씩 감축된다. 8%인 관세율이 5년에 걸쳐 폐지될 올리브유는 L당 1만 원인 제품이 9200원 정도로 내려가 밥상 물가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 벤츠 볼보 BMW 가격 인하 결정
명차로 대표되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럽차도 더 싸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차의 가격이 떨어지면 경쟁자인 일본과 미국 자동차의 가격 인하도 자극할 수 있다. 최근 벤츠코리아는 차종에 따라 최대 540만 원을 내렸다. S클래스는 평균 211만4285원, E클래스는 128만7500원, C클래스는 72만5000원 싸졌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가격을 최대 112만7000원 낮췄다. 볼보의 대표 세단인 ‘S80 D5’는 5629만6000원으로 약 80만 원 싸졌다. BMW도 현 수준보다 1.4%가량 내릴 계획이다. 푸조의 국내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세단 ‘뉴 508’부터 관세 인하 폭만큼 내린 가격을 적용했다. 자동차에 붙는 관세는 현재 차량 수입가격의 8%(배기량 1.5L 초과 차량 기준)로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 의류와 가구 쇼핑 재미 늘 듯
의류는 8∼13%에 이르는 관세가 발효 즉시 없어진다. 하지만 없어지는 관세만큼 가격이 떨어질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유럽 패션 브랜드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의 자기상표부착방식(SPA) 브랜드 ‘H&M’은 세계 각국에서 가격을 균일하게 책정하기 때문에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당장 가격을 내리진 않을 방침이다.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ZARA)’도 시장 반응이 좋아 굳이 가격을 낮출 계획이 없다. 이 브랜드는 2008년 한국에 문을 연 뒤 매장을 29개로 늘려 지난해 약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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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루이뷔통, 구치,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는 대체적으로 한-EU FTA 발효에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루이뷔통코리아는 24일 오히려 가격을 4∼5% 올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나 홍콩을 경유해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관세 인하 효과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가구도 가격보다는 품목의 다양성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 같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는 연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프랑스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고티에’는 올 4월 현대백화점을 통해 한국에 데뷔했다. 다른 유럽 가구 브랜드들도 한국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진출 시점을 노리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