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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잘못된 경제교육

입력 | 2011-06-26 20:00:00


김일성과 박헌영은 1950년 남침 전쟁을 일으키면서 남한 전역에서 주민의 자발적 봉기가 터져 나올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물거품으로 끝났다. 1948년과 1950년 1, 2차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우리 농민의 애정이 커진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군부 내 좌익세력이 6·25전쟁 이전에 척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도 토지개혁을 했지만 나중에 다시 국가가 빼앗아가 실제 농민에게 돌아간 혜택은 남한이 더 컸다. 역사적 진실이 이런데도 한국의 일부 교과서는 우리 농지개혁이 북한보다 못한 것처럼 기술(記述)하고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탄을 샀다. 일부 부작용도 있었지만 한국인의 생활 및 복지 수준, 국가 위상은 지난 50여 년간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상당수 교과서는 외국자본 의존, 산업 불균형, 빈부격차, 근로자와 농민의 희생이라는 좌파 운동권의 경제관을 지금도 되풀이한다. 경제성장을 견인한 대기업에 대해서도 부정적 측면만 부각하고 민족자본 형성, 해외시장 개척, 고용과 소득창출 같은 긍정적 기여는 무시했다.

▷서울대 박효종 전상인 교수, 홍익대 김종석 교수가 전경련의 의뢰를 받아 고교 한국사 교과서들에 실린 경제 관련 현대사를 분석해보니 좌편향성, 불공정성, 사실 관계 오류가 많았다. 시장경제에 반하는 이념을 부추기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분석을 맡았던 교수들은 “일부 한국사 교과서가 한국경제 발전과정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공정하게 소개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균형 있는 시각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보릿고개를 몸으로 겪은 세대가 줄어들면서 성장과 분배, 효율과 공평 사이에서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지만 불과 두 세대 만에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나타난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편향된 경제관을 가르치는 것은 잘못이다.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어린 학생들을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경제교육으로 오염시킨다면 개인의 건강한 성장에 해롭고 국가 선진화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