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버지/옌롄커 지음·김태성 옮김/328쪽·1만3000원·자음과모음
1960년대 중국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과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와 삼촌들의 고단한 삶을 담담한 어조로 회고했다. 빛바랜 흑백 영상을 연상시키는 담백하고 간결한 이야기들이 잔잔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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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을 쯤에야 아버지는 힘이 다 빠진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손에는 한 무더기의 고구마 줄기가 들려 있었고 줄기 아래쪽에는 붉고 커다란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마지막 수확을 하고 온 아버지 앞에서 가족은 말문을 잃었다.
양말을 짜는 기계를 들고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던 큰아버지, 한평생 시멘트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넷째 삼촌의 인생사도 잔잔히 펼쳐진다.
문화대혁명의 격동이 서민에게 미친 영향도 상세히 그려냈다. 넷째 삼촌은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하느라 손까지 다쳤지만 수리가 지연돼 인민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월급 절반이 깎인다. 초등학교 시절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저자는 한순간에 필기시험이 폐지되면서 공허를 느낀다. 고교 중퇴 후 군대에 들어가 25년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다.
책은 억지 감동을 유도하지 않고 차분한 묘사와 정제된 어법으로 일관한다. 척박한 삶 속에서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자신을 희생한 아버지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뭉클하다. 단지 ‘아버지의 병세’ 등의 내용이 반복해서 등장하거나 가난을 키워드로 한 에피소드가 병렬식으로 이어져 다소 지루한 느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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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되고 잊혀져 버린 중국의 과거’를 젊은층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