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찬회 향응 논란… 무소불위 권한 도마에 상장 목맨 기업들 “거래소 판단에 운명 걸려”
거래소는 한국의 양대 증시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관리하면서 기업의 증시 입성부터 퇴출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상장기업에 큰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슈퍼 갑(甲)’의 관행이 생겨 기업의 접대나 향응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시 상장과 퇴출은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관련 제도와 시스템이 최대한 엄격하게 행사되고 유지돼야 한다”며 “관리 주체인 거래소의 잣대가 공정하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 기업들, “거래소 눈치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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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코스닥기업 관계자는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의 수익성 안정성을 따지는 절차는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거래소 눈치를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또 증권사 IPO 담당자는 “특히 중소기업의 상장심사 통과가 하늘의 별따기인 경우가 많아 이를 통과하기 위해 뭐든지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107개 기업 중 약 23%인 27개 기업이 탈락했다.
거래소는 상장 이후에도 사업내용,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공시업무를 통해 상장기업을 관리한다. 허위공시를 하거나 공시내용을 번복하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관리종목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코스닥기업 관계자는 “자율적 공시는 거래소의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찬회 비리도 상장사 공시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불거졌다. 이런 행사의 비용은 상장기업들이 부담하는 것이 오래된 관례다.
○ 상장폐지 심사위원 비리도 생겨
기업을 증시에서 내쫓을 수 있는 상장폐지에 이르면 거래소의 힘은 더 커진다. 2009년 코스닥시장에, 올 4월부터는 유가증권시장에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권한이 막강해졌다. 기존에는 자본잠식, 감사의견거절 같은 ‘양적 기준’으로 퇴출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퇴출 요건의 경계에 놓인 기업이나 횡령·배임이 발생한 기업, 분식회계로 장부를 조작한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회가 ‘질적’ 심사를 거쳐 퇴출을 결정하는 것이다. 회계사 변호사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8명의 심사위원이 상장폐지 여부를 가린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74개 기업 중 40%인 28곳이 실질심사를 거쳐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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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