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높은 브랜드 ‘승부’ 걸되잠재력 높은 브랜드 ‘홀대’ 말라
《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가 1999년에 보유한 브랜드는 무려 1600여 개였다. 브랜드가 늘면서 거대 기업의 위용을 갖추게 됐지만 부작용도 컸다. 너무 많은 브랜드를 운영하려다 보니 관리비가 급증했다. 미미한 성과를 내는 브랜드도 수두룩했다. 1600여 개 중 1200여 개의 브랜드 매출액을 다 합쳐도 전체 매출의 8%가 될까 말까 했다. 결국 2000년 이 회사는 대대적인 브랜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 결과 1999년 11%였던 영업이익률이 2002년 15%로 개선됐다. 승리에 취한 유니레버는 2003년 들어 구조조정을 멈췄다. 그러자 곧바로 영업이익률과 수익성이 악화됐다. 매출 성장률도 2002년 5.4%에서 2003년 4% 아래로 떨어졌다. 》
○ 선택과 집중
한꺼번에 너무 많은 브랜드를 강하게 육성하려다 보면 자원이 분산돼 각 브랜드에 충분히 투자할 수 없다. 투자 대상 브랜드와 비(非)투자 대상 브랜드를 명확히 구분해 일부 브랜드만 집중 육성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LG화학의 산업재 사업부(현재 LG하우시스로 분사)는 과거 인테리어 자재인 벽지 창호 바닥재 분야에서 수많은 브랜드를 운영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1차 고객인 인테리어 전문점 점주들조차 제품 브랜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기억하는 브랜드도 두세 개에 불과했다. 단 하나의 브랜드라도 제대로 각인시켜야겠다고 판단한 LG화학은 2005년 개별 브랜드를 모조리 없애고 통합된 패밀리 브랜드 ‘지인(z:in)’을 내놓았다. 지인은 출시 2년 만인 2007년 최초상기율 22.7%, 보조인지율 73.7%를 각각 기록하며 인테리어 장식자재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 마케팅 투자 여력 고려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운영할지는 브랜드 마케팅에 투자할 자금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개별 브랜드를 기준으로 볼 때 각 브랜드가 스스로 마케팅 투자비용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패밀리 브랜드 체계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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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역량 활용
보유한 브랜드 자산가치가 크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핵심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기존 브랜드의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이다. 홍삼 진액에서부터 홍삼 성분이 함유된 음료 홍삼젤리 홍삼캔디에 이르기까지 이 회사 제품의 90% 이상이 정관장 브랜드를 달고 있다. 이 밖에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경쟁 우위 요소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유연한 브랜드 체계 구축
시장은 정적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한다.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체계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나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브랜드 구조와 역량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위 브랜드(sub-brand) 또는 후광을 받는 브랜드(endorsed brand)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거나 시장 변화에 맞춰 새 브랜드를 추가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역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사업부별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에서는 브랜드 투자 의사결정도 사업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마케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내에 있는 전체 브랜드에 대한 전사 차원의 체계적인 진단과 평가가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사적 브랜드 관리 및 모니터링 체계와 조직을 갖추면 더욱 효율적으로 브랜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김동균 비아이티컨설팅 대표 don@consulting-bit.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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