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단장한 용산구 신계동 가톨릭 ‘당고개 성지’
9월 축복식을 갖는 서울 용산구 신계동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의 천주교 당고개 성지는 한복 차림의 성모자상과 한옥 등을 배치해 ‘어머니의 품을 닮은 성지’로 조성했다. 사진 가운데가 성모자상.김갑식 기자dunanworld@donga.com
서울 용산구 신계동 당고개 순교성지의 성모자상이다. 16일 찾은 이 순교성지는 기존 가톨릭 성당이나 성지와 비교할 때 파격적인 모습이다. 성모자상은 한국적인 어머니의 품을 형상화했고 뒤편에는 고즈넉한 한옥이 들어서 있다. 벽은 옹기와 도자기 조각을 이용해 황토 빛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름답고 우아하기보다는 따뜻하고 넉넉한 한국적인 성모상을 형상화하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 알고,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품이죠.”
광고 로드중
한국적인 순교성지가 조성된 것은 당고개성지에 얽힌 사연 때문이다. 순교자의 한 명인 이성례(마리아)는 두 번째 한국인 신부인 최양업의 어머니다. 이성례는 6명의 아이 중 막내가 죽자 다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신앙을 부인하는 배교(背敎)를 했지만 신앙을 지키다 끝내 참수됐다. 그래서 한국 가톨릭사에서 이성례의 순교는 한국적인 모성과 신앙을 동시에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록되고 있다.
권 신부는 “이성례가 순교할 당시 아이들이 구걸해 모은 돈을 망나니에게 주며 ‘우리 어머니를 아프지 않게 한 칼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가톨릭계는 1980년대 초반 103위 시복시성 청원 과정에서 빠진 이성례를 비롯해 최 신부 등 125인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성지는 한국적인 모습뿐 아니라 아파트단지 안에 들어섰다는 것도 특이하다. 재개발 과정의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서울대교구와 주민들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원 형태의 가톨릭 성지가 조성된 것. 평일 오전 11시, 주말 오후 3시에 한 차례 미사를 진행하고 있고 9월 축복식을 한다. 외부성지는 현재 시설 보호를 위해 관리인이 있을 때 방문이 가능하다. 02-711-0933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