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사업 철수 준비… 소비자 피해 우려“옵션 다양화 인식 심어준 것은 긍정적” 평가도
○ 애초부터 한계
SK네트웍스의 파격적인 행보는 2007년 11월 병행수입 사업 선언부터 시작됐다. 정만원 당시 사장(현 SK 부회장)은 병행수입을 통해 차 값은 10∼15% 싸게, 옵션은 다양하게 들여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000원 안팎으로 높던 시기여서 환율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사업이 난관에 부닥쳤다. 공식 수입법인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들여와야 하지만 환율 때문에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SK네트웍스는 병행수입을 선언한 지 2년이 채 못 돼 사업 축소를 선언했다. 판매량은 2000여 대에 머물렀다.
○ AS망 상대적으로 불편
SK네트웍스의 사업 철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는 SK네트웍스의 애프터서비스(AS)망 대신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국내 공식 수입법인의 AS망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딜러에 따라 50만 원 안팎의 등록비를 내야 한다.
또 공식 수입법인이 제공하는 AS 보장 혜택도 받지 못한다. 정비를 하려고 해도 부품 조달 시간이 오래 걸린다. 판매한 차량이 적고 주로 중동이나 미국 수출 모델이라 상당수 부품이 한국 판매용과 달라 AS센터에서 부품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부품 가격도 비싸진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는 서울 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부산 등 3곳의 직영 서비스센터와 대구, 광주의 협력업체 2곳, 가벼운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스피드메이트 10곳 등 15곳에서 AS를 받으면 된다고 해명했다.
○ 수입차 대중화에 한몫
SK네트웍스의 실험이 나쁜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수입차 업계는 “수입차도 옵션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벤츠 측은 “선루프, 와인잔 홀더 등 원하지 않는 옵션까지 모두 포함한 조건으로만 수입차를 구입해야 했던 소비자는 SK네트웍스의 ‘깡통차’(옵션을 모두 빼고 가격을 낮춘 차)가 반가웠을 것”이라며 “옵션 합리화 바람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급자 위주의 수입차 시장 무게중심을 소비자 쪽으로 옮겨, 결과적으로 수입차 대중화에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