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범수(32)는 요즘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MBC 프로그램 '서바이벌-나는 가수다'에서 그는 '얼굴 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담당'으로 변신했다. 발라드 가수에서 R&B와 발라드, 락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프로그램 참여 전부터 준비해 온 정규 7집 '끝사랑'도 발매됐고, 8월 중순부턴 전국 투어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행복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말이 이해된다.
그의 음악은 듣는 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정도로 호소력 있지만 정작 이 음색이 20살 이후에야 다듬어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늘 음악을 듣고 살았지만 한 번도 제가 불러서 표현할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래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이지만 '나가수' 이후로 대중적 인지도가 확 늘었다. 그도 "10년을 넘게 가수로 활동하면서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그간 못한 이야기도 많다. 이어지는 그와의 일문일답.
-잘생겨졌다.
어제(14일)도 사진 촬영을 했는데 사진 작가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신기하다…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은 똑같은 카메라로 찍어도 다르게 나와"라고요. 그게 기분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표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자신감도 한몫할 테고요. 더구나 많은 분들이 무관심과 비호감이 아닌 호감으로 봐 주시니까..(웃음)
(그는 이번 앨범 '끝사랑' 뮤직비디오에 처음으로 출연,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앨범 재킷에도 그의 얼굴이 가운데 자리 잡았다.)
미션이 주어지면 일단 제가 그림으로 치면 스케치에 해당하는 작업을 해요. 이런 리듬에 이런 구성에 이런 악기로 가고 싶다고. 그러면 형(돈스파이크)이 현실적인 구상을 해 주죠. 밑그림에 색칠을 해 주는 셈이죠. 그런 다음엔 계속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해요. '늪'을 작업할 땐 거의 함께 살다시피 했어요. 또 참여하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저는 늘 같은 사람과 편곡 작업을 하잖아요. 그래서 한 사람의 색깔로 굳어지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예요.
첫 번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저 같은 가수들이 알려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예요. 무대에 서서 대중에게 검증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죠.
두 번째는 가수들끼리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예요. 스펀지 효과라고 해야 하나요. '님과 함께'를 부를 땐 YB의 무대를 보며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한 게 작용했어요. 그리고 요즘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는데, 김건모 형이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부르는 걸 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 참여한 가수들은 어느 정도 자기 틀이 갖춰진 가수들인데 그 틀을 깨고 새로운 무대를 도전하게 되는 게 큰 장점이예요.
가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갈수록 무거워져요. 늘 논란의 중심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또 그만큼 짜릿하고 보람이 큰 무대라 중독성은 있어요. 다음 무대가 기대되고. 그러나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의 기분은 나치 수용소 가스실에 들어가기 직전의 기분이랄까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이번 앨범 '끝사랑'은 김범수 본연의 발라드로 돌아왔는데.
기존의 제 목소리에서 힘을 뺐어요. 좀 더 가사 전달이나 감정 전달에 집중해서 말하듯 노래하는 부분도 있고…. 이번 앨범은 예전 '보고싶다'를 함께 작업한 작곡가 윤일상, 작사가 윤사라 등 친한 분들과 작업을 했는데,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예전에 겪었던 이별 이야기 등을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보니 제 이야기가 음악에 반영되더라고요. 이번 노래들은 모두 부르면서 눈물이 났어요. 어느 앨범의 곡보다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어요.
-만약 '나가수'를 통해 김범수를 접한 이라면 이번 앨범이 오히려 낯설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웃음) '나가수' 무대는 제가 예전에 가수를 꿈꾸면서 그렸던 가수의 모습을 실현한 무대예요. 원래 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가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댄스, 락 등 모두 한번쯤은 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약속' '보고 싶다' 등 발라드 곡들이 제 곡이잖아요. 원래 제 모습인 발라드 가수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앞으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요.
-8월 중순부터 전국투어인데.
네. 전 공연이 제일 즐거워요. 평생 할 일은 공연이라는 생각도 해요. 아…'나가수' 덕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가장 좋아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