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사회부
경찰의 어이없는 말 바꾸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찰은 당초 한대련이 인권 침해를 주장하자 발끈하며 “과연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우리가 직권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인권위 조사 의뢰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몇 시간 뒤에는 다시 아무 설명도 없이 인권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기자가 보기에 경찰은 브래지어 탈의와 김 씨의 성적 수치심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가 적법한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경찰의 적법한 탈의 과정에서 김 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상황이 발생했느냐 아니냐다.
경찰은 당시 권고에 따라 속옷 탈의 시 겉옷 위에 입을 수 있는 가운을 유치장에 비치하는 등 보완책을 세웠다. 하지만 모든 절차가 적법했다고 모든 입감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성적 수치심은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김 씨가 보편적인 상식보다 과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지만, 경찰이 ‘적법한 절차’만을 강조한 나머지 여성의 심리를 간과했을 수도 있다.
인권위도 밝혔듯이 ‘탈의’ 자체는 적법하다. 하지만 공권력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은 그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미세한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경위야 어떻든 사과까지 한 마당에 이를 다시 뒤집는 것은 국가기관의 태도라고 보기에는 왠지 당당하지 않은 것 같다.
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