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생법은 별도 논의… 민주 “합의 위반” 반발
여권이 북한인권법 처리를 서두르기로 한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당 안팎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발의한 북한인권법안들은 지난해 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단일 법안으로 통합·조정 의결돼 법사위에 회부됐지만 지난해 4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을 마친 후 1년 넘게 상정이 되지 않고 있다. 17대 국회 시절인 2005년 처음으로 북한인권법안이 발의된 것을 감안하면 5년 넘게 끌고 있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이제는) 조속한 결단과 국회의 의무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당정은 당초 여야 합의대로 북한인권법안과 민생법안을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정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제출할 예정인 북한민생법안은 식량, 비료, 의약품 등의 인도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인도적 지원 문제는 정책적으로 접근해야지 법률로 제도화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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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북한인권법에는 북한 주민의 민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인권 침해 사례를 감시하는 등의 제반활동을 하도록 이미 규정이 다 되어있다. 이 문제는 정략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의 처리를 촉구했다.
당정협의가 끝난 후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가능하면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하지만, 6월에 처리될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출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민생법안은 상황을 보면서 별도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합의 위반”이라며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법사위에 있는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인권과 아무 상관이 없다. 8조에 ‘인도적 지원’ 조항이 있지만 내용을 보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때 준수해야 할 내용만 들어 있어 실제로는 ‘인도적 지원 규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