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공직자가 정권 교체 이후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일은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에서 일부 나타났다가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두드러졌다. 일정 수준의 물갈이는 이해할 만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고 업무 능력과 무관한 연고주의가 판을 치면서 공직사회를 뒤흔들었다. 2002년과 2007년 대선이 다가오자 ‘1998년 쇼크의 재판(再版)’을 예상하는 공무원이 많았다. DJ 정권 말엽 ‘해외 잠수’를 선택했다가 노무현 후보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자 후회한 공무원도 있었다.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어제 한 강연에서 ‘공무원의 반달곰 체질’이라는 표현을 썼다. 윤 원장은 “우리 공무원들은 정권 초기에 반짝 일해서 잘나가더라도 후반에 들어서면 동면(冬眠)에 돌입한다”면서 “열심히 해서 잘나가면 다음 정권에서 전(前) 정권 사람으로 찍힌다는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기 4년째인 이명박 정권도 지지율 하락 속에 권력누수 조짐이 나타나면서 보신(保身)주의에 급급한 공직자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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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