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소유 매체에 고용된 탐정… 英유명인 계좌-통화내용 털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캐서린 세손빈을 포함해 정계 인사, 왕실 가족, 유명 연예인까지 연루된 ‘전화 해킹 스캔들’이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톰 왓슨 의원은 8일 하원에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언론그룹 ‘뉴스인터내셔널(NI)’에 고용돼 유명인사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사설탐정 조너선 리스(56)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겨냥해 “이번 사건이 힘 있는 권력에 의해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리스가 절도, 사칭은 물론이고 컴퓨터 해킹이나 불법 감시기술을 이용해 유명 인사들의 기밀자료를 훔쳤으며, 해킹 대상에는 잭 스트로 전 내무장관, 존 스티븐스 전 런던 경찰국장과 존 예이츠 대테러 담당 고위 관료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또 에디 조지 전 영국은행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계좌 명세를, 캐서린 세손빈은 은행계좌 정보를 각각 수집당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NI 계열사인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클리브 굿먼 기자가 왕실 가족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해킹한 혐의로 2007년 실형을 선고받으며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에릭 클랩턴, 믹 재거, 주드 로 등 유명 연예인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배우 시에나 밀러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해킹당했다며 뉴스오브더월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8일 승소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NI 대변인은 “왓슨 의원의 의혹은 부정확하며 경찰로부터 리스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가디언은 “사건의 실마리는 경찰이 리스에게 압수한 것으로 알려진 거래 명세를 적은 서류뭉치에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